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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Dec 16. 2019

타보고 싶어요, 이타미 준의 방주 교회

제주 공간 여행

통(通)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콩콩콩콩 설렌다.  


어느 예술 작품의 의미가

작가의 의도 그대로  

내 마음에 와 닿으면 매우 기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예술 작품이

나의 상상과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면

매우 설렌다.   



이타미 준의 '방주 교회'가 그렇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글자 그대로

노아의 배(船)가 저렇게 생겼겠구나 싶었는데,

두 번째 봤을 때는

이타미 준이 어떤 생각을 하며 만들었을지

내 생각과 같을지

나름의 상상을 더해봤다.



하느님께서 노아에게

배를 만들라고 지시하셨으니

당연히 배 모양이겠고

온갖 동물을 한 쌍씩 태우라 하셨으니

당연히 크고 넓을 것이고

홍수를 표현해야 할 테니

당연히 방주 아래에 물을 깔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방주교회 전경_2018년 촬영
방주교회 전경_2016년 촬영


나는 크리스트 교인으로서

좀 더 정확히는 로만 가톨릭 신자인데

구약 성서를 한 번도 정독하지 않은

날라리 신자다.

(신약 성서는 겨우 한 번 읽었다)   

생각해보니

구약 성서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그동안 여기저기 어디선가 들어봤을 뿐

내가 성서를 읽어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가톨릭 굿뉴스 앱을 열어

구약 성서를 찾아 읽었다.  



너는 전나무로 방주 한 척을 만들어라.

그 방주에 작은 방들을 만들고,

안과 밖을 역청으로 칠하여라.

너는 그것을 이렇게 만들어라.

방주의 길이는 삼백 암마, 너비는 쉰 암마,

높이는 서른 암마이다.

그 방주에 지붕을 만들고

위로 한 암마 올려 마무리하여라.

문은 방주 옆쪽에 내어라.

그리고 그 방주를 아래층과

둘째 층과 셋째 층으로 만들어라.

<창세기 6장 14~16절>


'암마'라는 단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를 실측해서 성서에 나온 그대로

방주 교회를 지었을 것 같지는 않고

다만, 성서의 이야기를

최대한 반영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건물의 옆쪽에 있으나,

그 옆쪽의 앞과 뒤에

그리고 다른 옆쪽의 중간에 위치한다.

성서에서 방주의 '옆'이라고 했지  

정확히 옆의 어느 위치라고 콕 짚어주지 않았으니

이타미 준은 나름 고민했으리라.



성서에서 방주를 3층으로 지으라 했는데

마치 뱃머리처럼 생긴

방주 교회의 앞쪽에서 보니

높이가 크게 3등분 된 듯하다.  

동화책에서 본 것 같은 창문이 있는 윗부분,  

물 쪽에 가까운 창문이 있는 맨 아랫부분,

그리고 가운데, 이렇게 3등분.



방주 위쪽 창문  (혹은 창문처럼 보이는?)

마치 그 옛날 창세기 시절에

노아가 일지를 쓰던

다락방이 있는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방주 바닥에 깔린 물은

단지 홍수(洪水)를 의미하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가 더해져 있을까?

아마도 그건 제주의 바다가 아닐까 싶다.

일반적인 바다가 아니라  

이타미 준이 사랑한 그 제주의 바다.



역청 또한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하느님이 칠하라고 하셨으니

페인트나 방수액 종류려니 싶은데,

방주 교회의 측면을 보니

아래는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위쪽은 다른 물질로 만들어져서

성서의 기록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지붕 위에 있는 조형물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중세 시대 투구 쓴 기사 얼굴 같기도 하고

하느님이 열어 보시라고 만든 손잡이인가...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나중에서야 생각났다.

아차, 하느님처럼 하늘에서 본다면,

십자가가 보이겠구나 싶다.

이타미 준은 땅 위에서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보는 하느님의 시선까지 상상했구나.

놀랍다.



교회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작은 방들로 나뉘었을까?

그러나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교회 앞에 예배 시간 알림판이 있으나

교회 사무실에 물어보니

요즘은 ('19년 12월) 일요일 11시 예배만 있다 한다.


제주도를 사랑한 작가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 '방주 교회'

다음엔 예배 시간에 맞춰 가서

방주 내부에 반영된

그만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

마치 창세기 때로 돌아가 

방주에 타 본 것처럼. 

 



**** 여행 팁 ****

저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지만

방주 교회는 석양빛을 받을 때가 더 예쁜 듯합니다.

근처 비오토피아 빌리지 내부에

이타미 준의 '수풍석(水風石) 박물관'이 있고

교회와 비오토피아 사이에

안도 다다오가 지은 '본태 박물관'도 있으니

시간 계획을 잘 세워

하루 종일 '공간' 여행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수풍석 박물관은 하루 2회 관람 가능,

 반드시 사전 예약해야 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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