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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진 Dec 05. 2019

'삶'이 없는 공간, 제주 돌 문화공원 2코스

제주 공간 여행

제주 돌 문화공원 1코스의

돌 박물관에서 나오면

곧바로 2코스로 이어진다.



2코스는 제주 돌 문화 전시관, 제주 전통초가,

돌 민속품 야외 전시장,

선사/고려/조선시대 돌문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탁 트인 길을 걸으며

저 앞에 보이는 초가집을 보니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와서

어느 마을로 들어서는듯한 착각에 빠진다.


북촌리 바위 그늘 유적


처음 눈에 띄는 돌 문화 유적은

<북촌리 바위 그늘> 유적이다.

안내문을 읽어 보니 이 유적은

용암 동굴의 무너진 곳을 이용한 그늘이며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부터

주거 공간으로 사용된 흔적이 있다 한다.

그런데 이 유적은 진품이 아니라

조천읍 북촌리에 있는 진짜 유적을

재현한 것이라 한다.


  

석관묘


다음으로 흥미 있게 본 <석관묘> 유적 또한

제주 애월읍 소길리에서 발견된 것을

재현했다 한다.


   


혹시나 싶어, 여행을 마친 후

돌 문화공원의 학예사께 문의드렸는데

초가집과 같은 건축물은

실제 유적이 아닌 재현물이나

돌로 만들어진 도구들은 모형이 아니라

도내에서 실물을 찾아 비치해 놓았다고 전한다.


갑자기 한국 민속촌과

합천/고령/부여 등지의 테마파크가 생각났다.

모두 우리 조상들의 생활 터를 재현한

건축물과 공간이 조성된 곳이다.

그런 공원에 갈 때마다 느꼈던 공허함,

뭔가 아닌듯한, 뭔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제주 돌 문화공원을 둘러보면서

그 공허함의 이유를 았다.



그 공허함의 윈인은

옛사람들의 '실제 삶'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증에 따라 유적지가 잘 지어졌다 하더라도

그 내부에 삶의 흔적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그 공간을 활용했는지

어떤 일들이 그곳에서 벌어졌는지

상상하기 쉽지 않다면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할 수밖에 없다. 


<덩드렁>이라는 도구를 전시하고 그 쓰임은 사진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제주 돌 문화 공원의 일부 공간에는

기록 사을 걸어 기도 해

옛 선인들의 삶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구좌읍에 있다는 '서문하르방당'을 포함해  

'제주 동자석', '문인석' 등

무속신앙과 관련 있어 보이는 유적물이 이어진다.

그러나 어떤 것이 실체이고 모형인가를

계속 생각하니

이들 또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 여행자인가?)



방대한 2코스의 끝이 보이면서

'오백장군 갤러리' , '제주 전통 초가마을' 을

둘러봐야 했지만, 너무 지치고 흥미를 잃었다.



'삶'이 빠진 유적지는 힘이 없다.

유적지에는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든지

그게 불가능 하다면

지난 삶의 흔적이라도 있어야 한다.

 

적어도 유적지라면 지금도 삶을 두고 있는 사람

또는 삶을 살았던 사람,  

그 삶을 보러 오는 사람이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삶의 터전을 활용하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간은 

공허감만 안겨줄 수밖에 없다고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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