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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에깃들어 Nov 16. 2018

5. 나는 햇살이 되었다.

30일 글쓰기

우주의 중심은 외롭고, 뜨겁고, 고단했다. 사막 위로 쏟아지던 그 열기의 중심지. 항상 지구의 낮을 내려다보는 피곤함. 구름이 가린 곳 위론 비행기만 간간이 둥둥 떠다니고, 그늘이 없는 무한한 열기, 쉼이 없는 무한한 낮, 삶과 죽음이 불명확한 상태,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는 거리. 신이라 불리면서도 스스로의 시작과 끝을 모르는 허무. 그 중심을 떠나기로 한 나는 햇살이 되었다. 햇살로 내려와 가장 머물고 싶었던 곳은 가을 잎사귀 위. 아직 초록빛을 띤 나뭇잎들을 투명한 연두로 빛나게 하는 마법. 바람에 날린 빛들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은 연인들의 머리 위로 부서져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비추고, 그 느낌을 훔쳐 사랑하는 이들의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눈 깜박일 새에 다시 맞은편 눈 속으로 들어가, 그의 눈을 비춰냈다. 햇살은 멈추지 않았다. 나뭇잎을 뛰놀았고, 연못에 일렁이고, 들판을 가로질렀다. 비 온 뒤엔, 무지개다리를 만들어 형형색색으로 부서져 내렸다.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통해 빛났다. 그래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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