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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에깃들어 Nov 16. 2018

6. 나는 흙이 되었다.

30일 글쓰기

흙에서 만들어진 사람. 다시 곰팡이의 힘을 빌어 흙으로 변신하였다. 적당한 습기. 온기. 표면을 제외하곤 주로 어둠. 비 올 때의 특별한 냄새. 죽음과 닮았지만, 새로운 생명이 꾸물대는 세계. 봄에 자라는 것들에 밥과 물을 주고, 여름의 햇살 아래 먼지로 날리다가, 가을엔 울긋불긋 잎들에 덮이고, 겨울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과 같이 눕는다. 생명을 주고 죽음을 돌려받고, 밟히다가 덮어주고, 날리다가 쌓이고, 얼다가 녹는 반복. 조금 지루해진 날엔, 화분에 담겨 햇살 가득한 봄날 창가에서 물을 가득 머금고 낮잠을 자는 상상을 한다. 물론 그러려면 먼저 이쁜 꽃씨를 찾아다가 품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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