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글쓰기
경계와 긴장을 녹이는 힘,
희로애락의 가속센서,
고통스러운 기억과 망각의 교차점,
수많은 에피소드의 제조기,
나는 술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먹고 자란 힘,
정작 나는 취하지 않는다.
어색한 이들의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
호기에 찬 목소리로 울리다가
커다란 눈을 타고 흐르기도 하고
길바닥을 흔들어 전봇대를 무너뜨리는데,
내가 술술 풀리는 날엔,
결국 밤거리의 수많은 인파를 지휘하고 만다.
그들이 제각각인 것은
술의 종류가 그만큼 다양해서라고 했다.
아, 나는 위스키다. 아일레이 위스키. 라가불린
이제 8살이 되었다.
전생에 술을 많이 먹어서 술이 된 것일까
술 때문에 빨리 술이 된 것인가.
술을 먹어서 술이 되기로 한 것인가
말과 말 사이로 술래잡기 중이다.
나는 취하지 않았다.
나는 술이니까
술은 네가 마셨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