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에깃들어 Nov 11. 2018

2. 나는 얼음이 되었다

30일 글쓰기

시냇물 흐르던 곳에 편안히 누워 겨울을 맞았다. 가장 뜨겁던 머리가 가장 시렸으나, 얼음이 된 이후로는 아무것도 시리지 않게 되었다. 마침 바람이 불지 않아서 스케이트를 타고 지나가도 될 만큼 평평한 얼음이 만들어졌는데, 물론 그 아래 두께는 달랐다. 술이 고여 살이 된 “불룩 배” 주위로는 비교적 얇은 얼음이 얼었고, 그다음으로는 발끝과 코끝이 높았는데 마지막까지 버티다 얼어붙은 흔적이 남았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 얼음 위로 아주 조용한 눈 발이 내려앉았다. 동네 개들도 짖지 않았다. 물속의 시간은 정지했다. 여름 한 계절 내내 악취를 풍기던 물 고인 구석마저 얼어버리고, 다시 눈으로 슬며시 덮여,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여러 낮과 밤을 지나는 동안 겉으로 흘러내린 물은 다시 얼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더 깊은 속까지 얼게 되어, 작은 물고기들이 노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얼음이 되기 싫은 작은 생명들은 얼음 아래로 요리조리 움직여갔다. 햇살이 따스한 낮에는 아이들이 얼음썰매를 끌고 와서는 즐거운 모습으로 얼음에 상처를 남기고 가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녹은 물이 다시 얼어 상처를 지웠다. 강하게 찍힌 못 자국만 빼고. 물론 이마저도 봄이 오면 나와 함께 녹아 사라질 것이지만. 얼음은 중간이 없이 바로 물이 되니까.

작가의 이전글 1. 나는 사람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