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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im Jul 25. 2022

강하고 따스하게 섬기는 삶

[우리들의 글루스] 매일 기록하기 06/10

출국 D-2


친정 가족들과 대부도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가족들은 꽤 신실한 기독교인들이라 어떤 일이 있다 하면 함께 예배를 드리는 문화가 있다. 아무래도 미얀마에 가게 되면 일 년에 많아봤자 두세 번 정도 만나는 것이 전부일 테니 그전에 시간을 좀 더 갖자는 의미로 떠난 가족여행 둘째 날 아침도 역시나 우린 예배를 드렸다.


말씀 본문은 마태복음 20:17-28이었다.

대강 내용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당신이 이 땅에 오신 목적과 하나님의 계획에 대해 말씀하시려는데, 두 제자들의 어머니가 예수님을 찾아와 '우리 아들들 한 자리씩 주세요.' 부탁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러 가시는 것이 아니라 로마 황제를 무찌르고 왕 자리를 차지하실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해달라고 한다.


사실 예수님이 가시는 곳은 끔찍한 십자가형이었고, 그 우편과 좌편에 달린 사람들은 함께 사형당한 강도들이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 몇 년을 다녔으면서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와 그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출세하면 저도 자리 한 자리 주세요. 하는 마음뿐.


"...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마태복음‬ ‭20:26-28‬


섬김

'섬기다'는 표현은 일상생활 보단 교회에서나 많이 쓰는 단어인 듯하다.

'섬기다'는 우러러 떠받들다. 공경하다. 는 뜻이 있다. 즉, 윗사람을 대할 때 섬긴다고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신인걸? 신인 예수님이 섬김을 받으러 이 땅에 온 것이 아니라 섬기려고 왔다고 하니, 이거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길 소망하며 산다. 그래서 성품의 변화 없이 그저 교회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을 그리스도인이다 라고 칭하긴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다시, 예수님이 말씀하신 '섬긴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섬기려면 일단 그 사람보다는 낮아야 한다. 윗사람을 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가 그 사람보다 낮아져야 한다. 그렇다면 '겸손' 그것이 기본이 되어야 섬김이 가능하겠다.


아빠는 우리 부부에게 '서로 섬기며 살아라'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미얀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섬기라고 했다. 이 섬기라는 것이 서로 참고 봉사만 하라는 뜻이 아니다.

예수님은 불의한 것들에 '독사의 자식들아!(지금으로 치면 이 개자식들아!! 같은)'라고 화를 내시며 때려 뿌수시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멸시받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과부와 고아, 사회적 약자들, 이웃들을 찾아가셨고 사랑하셨고 돌보셨다.


어쩌면 우리도 십자가를 앞둔 예수님께  자리 내어달라하는 바보 같은 제자들처럼, 미얀마에 가는 목적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내시는 목적과 다를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다를  있다. 하지만 이쯤 겪어보니 하나님은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보다   사랑으로 이미 나를 섬겨주고 계셨다.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과 그곳에서의 상황들과 우리의 미래가 혹여나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할지라도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고 모든 것을 협력하여 선을 이루실 것을 믿는다. 바보 같던 제자들의  이후의 삶도 그랬고 지금까지 우리 인생도 그랬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섬겨주시듯, 나도 내 남편을 섬기고 미얀마와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섬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길 기도한다.)

겸손하게, 감사하며 베풀고, 사랑하며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강하고 따스하게 섬기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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