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개조한 요가 스튜디오 등록, 해외 마트 장보기
사람에게 갑자기 없던 자유가 찾아오거나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면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적지 않은 부담감이나 중압감으로 찾아올 수 있다. 처음 브리즈번으로 떠나와서 나도 처음엔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뭔가 생산성 있는 것들을 해야 할 것 같고 뭔가를 남겨야만 할 것 같고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될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그럴수록 이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나는 어차피 혼자인데, 지켜보거나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데 일단 나의 건강부터 되찾자. 일단 몸이 건강해져야 마음이 숨 쉴 공간이나 여유를 획득할 수 있다.
그래서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사고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그 날의 기분이 결정되거나 괜히 그 날의 하루 운세를 점찍어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루의 시작을 내가 가장 행복해지는 방식으로 해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이 낯선 곳에서 그나마 매일 가며 마음 붙일 수 있는 Soba (요가 스튜디오) 에서 아침 요가하기, 그리고 스튜디오 바로 옆에 있는 Aldi (대형마트)에서 해외 마트 구경하며 장보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2군데가 꼭 붙어있는 것도 참 행운이다 싶다.
Aldi에 식료품을 사러 아마 거의 매일 가는 것 같은데 물과 두유는 꼭 고정으로 사 오곤 한다. 양손에 이고 지고 오느라 한 번에 많이 사 오진 못하지만 그래도 냉장고 속에 채워놓고 나면 부자가 된 마음.
라테 만들기는 좋아하지만 우유는 마시지 않는 나에게 호주 마트는 천국이다. Skim milk, Soy milk, Oat milk, Rice milk 등 종류가 다양해서 한 번씩 다 사서 시도해봤는데 Soy milk로 만드는 라테가 가장 맛있다.
그리고 늘 마시는 케일 사과주스를 위해서 케일 다발도 하나 사준다. 인공적인 색소가 들어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초록 초록한 음료를 마시고 나면 괜히 몸이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라 매일 빼먹지 않고 공복에 갈아 마시는 편이다.
혼자 살다 보니까 한 번에 많은 식료품을 사거나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렇게 나 혼자만을 위해서 직접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조차 다 처음 해보는 일들이다. 아직은 아보카도 샐러드나 케일 주스, 커피 등이 전부지만 조금씩 점차 나아지겠지.
그래도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이거다. 이 넘치는 시간을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나만 생각하면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움직이고 느끼고 살고 있다는 것. 그걸 생각하면 그렇게 외롭진 않다.
내가 아침을 시작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일어나자마자 내가 브리즈번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가 스튜디오인 Soba에 가서 요가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요가 스튜디오들을 겪고 체험해온 나에게 대체 Soba의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 거냐고 묻는다면 특유의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잘해도 잘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지금 그 상태로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는 분위기가 있다.
그동안 어쩌면 건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운동조차,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조차, 남들보다 잘하고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Soba의 또 다른 매력은 soba coffee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하나를 개조해서 요가 스튜디오와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데 그러다 보니 운동 전후에 함께 운동한 사람들이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거나 브런치를 먹게 된다. 따로 또 같이.
그럼 나는 운동 전후에 갖는 커피 타임이 또 그렇게 좋아서 스튜디오에 일찍 도착해도 행복해지고 운동하는 동안에도 내내 행복하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마음에 있는 불순물들이 사라지고 내 몸 안에 있던 말라버린 감정들이 조금은 살아나는 그런 기분이 든다.
삶은 그토록 심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