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독립은 브리즈번에서
브리즈번에서의 시간들을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햇빛이 쨍했고, 사람들은 맑았고, 나는 건강해졌던 날들.
생채기났던 마음을 어떻게 낫게 할 수 있을지, 잃어버린 동력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계획하고 생각하고 돌아볼 여유나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로 나는 브리즈번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 치유의 날들을 기록합니다.
호주의 아침은 그 시작이 참 빠르다. 좀처럼 새벽에 잠들지 못한 채 불면증 아닌 불면증과 함께 지내던 나는 아침 6시부터 도시가 깨어나 움직이는 게, 그리고 그 소음과 햇빛들이 낯설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나의 루틴은 늘 그랬다. 렌즈조차 끼지 않은 눈으로 거실로 나와 벽에 걸린 뱅앤올룹슨 스피커에 나의 오래된 핸드폰을 꽂아 노래를 틀거나 그것조차 귀찮은 날엔 Tom Misch의 LP판을 걸쳐주고 한 세트가 끝나면 버튼을 계속 눌러주기. 그렇게 거실에서 아무 말 없이 혼자 멍 때리기.
그렇게 노래부터 틀어두고선 소이 라떼를 만들어 넓다란 거실 침대가 아닌 나무 스툴 위에 하염없이 기대 앉아있었다. 혼자 살다보면 마트에 가거나 가게에서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하루 중 말을 할 기회나 계기같은 건 없었어도 그래도 괜찮았다.
어쩌면 그 이유는 내가 다른 누군가를 찾아온 게 아니기 때문이겠지. 나는 다른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나의 시선을 확인하러 이 곳까지 왔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
브리즈번으로 떠나온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땐 혼자 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스스로 밥을 해먹진 않았다. 일단 밥을 해도 충분히 먹을 사람이 없었고 하려고 했다 한들 밥 한끼 스스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서툴기도 했다는 뜻. 초반이라 그런지 큰 집에 혼자 있으면 가끔은 외로웠고 그럴 때면 가벼운 몸으로 집 근처에 있는 가게를 찾았다.
음식 먹는 건 참 신기하다. 꼭 배가 고프다고 해서 음식을 먹는 건 아닌 것 같다. 가끔은 배가 부른데도 다른 어딘가가 허해서 기계적으로 입 속에 음식을 넣다보면 조금은 마음이 채워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잘 먹는게 중요한 건가보다. 예전에 대학 때 존경하던 선배가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래도 잘 먹어야 돼. 그래야 사람은 서럽지가 않은거야.'
그 땐 그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고, 아마도 그 선배도 한 때는 마음이 외롭고 적적했던 적이 있었겠지 싶다.
브리즈번으로의 이동을 선택하는데 많은 이유나 거창한 배경이 필요하지 않았다. 바싹 말라 붙어버린 내 마음에 조금의 촉촉함이라도 더해주고 싶었고 그 방식이나 과정이 인위적이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기를 바랬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기를.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건 결국 내 마음을 병들게 하니까. 그걸 못 견뎌서 그렇게 나는 아침이 이른 곳으로 떠나왔다.
그러니 이 곳에서의 나의 1순위 목표는 단 하나다. 몸이 건강해지고 마음은 밝아지기.
나에게 자연스러운 삶을 찾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