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자던 그 말을 지킵니다.
독감 3일차. 정신이 몽롱하다. 다른 가족, 특히 둘째에게 옮기면 안 되기에 마스크를 종일, 정말로 종일 쓰고 있었더니 귀 뒤가 아리다. 그것때문인지 두통이 더 심한 것도 같다. 그래도 쓴다. 어제 다짐을 했고, 오늘은 이틀차니까. 적어도 내일까진 써야지(아니 그 이후에도 써야지). 작심삼일러가 되려면 말이다.
십년하고도 몇년 전. 시험 공부를 할 때 매일 스케줄러에 목표 공부량을 적어놓고 다 하면 취소선을 그은 뒤 뿌듯해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시험날까지 얼만큼 공부해야 하는지, 그러려면 한 달에 얼만큼 해야하는지, 또 그걸 지키러면 하루에 얼마나 해야하는지를 계산한 뒤, 실제로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봤다. 실제로 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기에 얼마나 할 수 있는지도 생각 안할 수 없었으므로. 며칠에서 몇주간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스스로의 능력과 해야 할 목표치 간에 합의점(?)을 찾아내고 났더니, 매일매일 스케줄러에 취소선을 그을 수 있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다', '잘했다'는 평가를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이후엔 목표를 이뤘다 생각해서 그런가 시작은 있고 끝은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미술에 대한 미련으로 시작한 취미미술도 얼마 다니다 그만 둬버리고. 시험 준비 기간 내내 다녔던 헬스장도 끊어버리고. 각종 강연이며 연수며 이것저것 하고는 다녔는데 뭐 맺은 게 없다. 그렇게 결혼, 출산, 육아. 시간은 어느덧 10년이 넘게 흘렀는데 그대로 고여있는 것 같아 뭐라도 해야겠어서 브런치 문을 두드렸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그러고 나니 스스로가 좀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들 앞으로 가는데 난 여전히 또 그 자리네.
실은 작심삼일러도 아니고 작심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던 건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마음 속에서 변명이 올라왔다.
나 그래도 열심히는 하잖아. 맺어지는 게 없는 것 같아도 뭐라도 하잖아.
그래, 그랬다. 복직을 앞둔 시점에 친구의 추천으로 대학원에 원서를, 충동적으로 넣었고, 원서를 넣었으니 일단은 해보자 싶어 나흘간 새벽까지 광란의 벼락치기를 해댔다. 1차 논술시험 합격 후, 면접까지 또 각종 논물을 섭렵하며 벼락에 벼락을 쳐댄 결과 합격. 붙었으니, 등록했으니 일단은 열심히 한다는 자세로 폐렴에 걸려 입원을 해서도 수업을 듣고, 애들이 입원했을 때도 수업에 참여했다. 과제도 정말 진심을 다해 했다.
그런데, 학위를 따도 경력문제로 써먹지 못할 수 있다는 걸 학기 말쯤 알게 되었다. 그런데 어쩌나. 이미 시작해버린 것을. 그럼 또 그냥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만 둘 게 아니라면 계속 가는 수밖에.
그렇다면, 그만 둘 게 아니라면 계속 하는 수밖에 없다면, 계속 다짐을 하는 수밖에 없다. 뭔가 눈에 보이는 결실이 없어도 일단 하다보면 뭐라도 될 것이고, 직접적이 아닐지라도 어떻게 어떻게 쓸모를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 엉망진창같고 쓸모 없는 것들이 잔뜩 모여있는 것 같아도 이리저리 헤매다보면 어디엔가는 도착하게 될테니 그걸 믿고 그냥 어제의 작심을 상기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똥글 작성 완료.
당분간은 이렇게 배설하는 것에 의의를 둔 똥글이 탄생할 예정이다. 작심삼일러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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