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days essay training_season2. day3
이번 방학에는 서재방을 정리해봐야지.
방학마다 매번 같은 목표를 세운다. 벌써 3년째. 여섯 번째 다짐이라는 뜻이다. 서재방에는 20살 때, 아니 21살 대학생 때부터 읽었던 전공책부터 욕심으로 사제낀 수많은 책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줄여서 지금은 큰거 두개 정도의 양만(?) 남겨뒀는데 결혼할 땐 네 개 정도였고, 그와 동시에 남편의 의사와 무관하게 책상 두 개까지 넣어뒀었는데 책을 반절 비우며 고물상에 가져다 팔았고, 책꽂이는 무상으로 이케아에서 처분했으며, 책상 두개는 당근에서 팔았다. 고물상에서, 당근에서 돈 벌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비싸게 주고 헐값만 남긴거다. 그럼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걸 제대로 써먹었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닌 것이 참.
가지고 있어봤자 먼지만 쌓이는데 버리는 게 참 잘 안 된다.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자꾸 멈칫하게 된다. 매주 수요일은 분리수거 날인데, 분리수거함의 재활용품들은 미련없이 잘만 쏟아 부으면서 더 오래된, 재활용도 안 될 것들은 왜 자꾸 붙잡고 있게 되는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이, 영화가 인생의 어떤 시절로 자신을 데려다주곤 하는 것 같다는데, 그 쓸모없는 물건들이 꼭 음악같이 그렇다. 배터리의 문제인지 기기의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작동하지 않는 마이마이가 그렇고, 그래서 들을 수 없는 몇 십 개의 카세트 테잎들이 그렇다.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와 중학교 2학년 때 수목원에서 찍은 뒤 한 장씩 나눠가진 사진이 그렇고 그 사진이 끼워져 있는 액자가 그렇다.
먼지 쌓인 리빙박스 속 물건들을 꺼내다보면 마이마이를 사주던 젊다 못해 어린 날의 이모가 보이고, 당시의 최신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구간 반복이며 곡 건너뛰기 등이 가능해 친구들이 동그란 눈으로 나와 마이마이를 번갈아 보던 얼굴이 떠오른다. 5500원씩 음악사에 가서 발매날에 사곤 했던 그 시간들이 다시 흐르고, 그 노래를 틀고 크게 따라 불렀던 아빠의 트럭 안의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놀이공원이 아닌 수목원으로 간다며 불평불만하다 선생님께 혼났던 기억과 동시에 막상 가보니 너무 좋아서 윤종신의 '수목원에서'를 BGM으로 깔고 멍때렸던 그때의 내가 보인다.
그래도 먼지를, 이번엔 좀 털어내 봐야겠지? 리빙박스까지 나눔해보자고 먼지같이 하찮은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