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위해 글 쓰고 글쓰기 위해 달렸다
당일생산 신선발행
1일 1 브런치를 올리자며 모인 오픈채팅에서 일단 쓰고 보자며 외친 구호이다. 자신만만하게 저렇게 말했다. 달리기를 하며 체중감량을 한 글을 썼다. 달리기가 요즘 핫한 운동이라 그런가, 여름이라 체중감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가 아무튼 조회수가 꽤 나왔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엔 휴직 중 왠지 모를 눈치를 봐가며 시켜 먹은 초밥 얘기를 썼다. 가져다 쓴 초밥 사진이 너무 군침돌게 생겨서 그런가, 브런치 에디터 픽, 인기 있는 글에 며칠을 오르내렸다. 와, 이럴 수도 있구나. 흐흐.
그게 다였다. 처음엔 달리기 위해 글을 썼다. 계속 달려야지, 여기에 공개적으로 쓰면 어떻게든 달리게 되겠지 하고. 그러다 글이 잘 되고 나니 글을 쓰기 위해 달렸다. 달리며 글 쓸 거리를 생각하고 달리기에 대해 쓰기도 할 수 있었으므로. 그런데 비가 오락가락하면서(라고 쓰고 핑계라고 읽는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래서 도망쳤다. 그렇게 지난주 금요일과 어제, 1일 1 브런치를 하지 못했다. 수요일 이후 달리기도 쉬었다. 목요일은 비가 왔지만 비가 오지 않은 금, 토, 일요일에 그저 누워 쉬었다. 달리다가 도망쳐버렸다.
사실은 안다. 브런치에 연신 오늘의 작가와 픽에 올라오는 작가님들이 부럽고 그러지 못한 내가 약간은 부끄럽기도 하고 봐주지 않는 똥을 싸면서 똥이 아닌 걸 만들어낼 자신이 없어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안다. 사실은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면서 쓰려고 했던 것을 계속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목표는 글쓰기를 통한 나의 회복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공황장애를 겪게 된 과정, 그 어려움, 그리고 치유의 과정에 대해 글을 쓰며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했다. 그런데 몇 편을 쓰고 나니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속이 답답해지는 것이, 나아졌던 게 도루묵이 되는 느낌이었다. 어깨가 결리고 두통이 왔다. 그래서 외면했다. 다른 걸 쓰자. 그렇게 찾은 게 육아와 달리기에 대한 거였다. 그런데 읽은 책이 별로 없어 그런지 자꾸만 체한 듯이 이야깃거리가 가슴에 얹혀 불편감이 가시질 않는다.
내일은 오랜만에 병원에 가는 날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될까. 갔다 오면 조금이라도 용기가 더 생길까. 언제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말하게 될까. 날씨는 갰는데 마음이 흐리다.
*사진출처: pi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