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월 Jul 21. 2023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다(1)

교사는 철저히 혼자다

교권침해가 처음이었나. 그건 아니었다. 처음은 2013년 첫 해였다. 학생에게 욕을 먹었다. 복도에서. "씨X년아, 알바야?" 실내에서 실내화를 신으라고 말했더니 돌아온 답이었다. 신규였고, 열정적이었기에 감히 가르치지 않는 학년의 학생인데 지적을 해서 그랬던 것일까. 당황스러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당시 학생들이 좀 유난스럽다고 말씀하시는 선배교사들이 있었기에 그런 줄로만 알았다. 목격한 바로는 보건 선생님도, 학생부 선생님도, 심지어는 교장 선생님도 학생에게 비슷한 욕을 들었기에.


그게 끝이었나. 역시나 아니었다. 같은 해, 가르치는 학생에게 맞았다. 교무실에서. 심하게 맞은 것은 아니었다. 나보다 키가 한뼘은 더 큰 남학생게 맞은 거긴 했지만. 수업 방해를 하여 지도하려고 교무실에 데려왔는데 뛰쳐나가려길래 손목을 잡자 내 정강이를 발로 찼다. 마침 그날 선도위원회에 회부(수업방해가 심했기 때문이며, 교사를 발로 찬 것 때문은 아니었다)되었던 그 학생의 부모님이 교무실에 들렀을 때 이 사실을 말씀드리자, "어머, 미안해요."라고 하였다. 음, 마치 길 가다 누군가 실수로 발을 밟았을 때 하는 말 같았달까. 나는 어린 사회초년생이고 그분은 늦둥이 자식을 키우는 60대 어른이라 그랬던 걸까.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를 자식이 때려, 그에 대해 자기 자식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돌아보면, 나를 매다 꽂지도 죽음으로 내몰지도 않았고, 감히 교사가 학생의 손목을 잡았는데도 아동학대로 고소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미안하다고 말해주기까지 했으니 다행으로 여겼어야 했나 싶다.






나만 당했나. 아니었다. 당시 같은 교무실에 근무하던 기간제 선생님은 계약해지를 당했다. 이유는, 그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머리를, 게다가 도구를 이용하여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들고 있던 보드마카로 꿀밤을 주려는 것을 학생이 팔로 막아내다가 팔을 맞아 긁혔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때리려고 한 것은 잘못이고, 의도했든 안 했든 학생이 다쳤으니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을 했던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학생이 선생님에게 수업시간에 성적인 말로 희롱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인 것도 아니었다. 반복되는 수업 방해와 희롱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다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학생을 아마도 어느 정도는 욱 하는 마음에 그런 거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 학생의 부모님은 당연히 속상하고 화났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어떤 잘못을 했든 결과적으로 아이가 다쳤으니까. 그 상처의 정도와 무관하게 그랬을 거다. 심정은 이해가 가나 대처방법은... 그 부모님은 진단서를 끊었고, 당장 계약해지를 하지 않으면 학생을 폭행한 것에 대해 자신이 아는 사회부 기자에게 연락하여 기사화한다고 했다. 그 선생님은 교장실로 몇 번이나 불려 갔고, 불려간 횟수보다 다 많이 전화를 받았다. 그 수를 합친 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를 했으나 결국 계약해지를 당했다. 그 반의 담임은 교체되었고, 학생들은 담임을 교체할 수 있다는 걸 학습했다. 학생들은 복도에 'n반 선생님 바꿔주세요.'라고 낙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지도하며 무력감을 느꼈다. 학교는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걸 학습했어야 했다.






학습이 덜 됐던 나는 안 가르치는 학생들은 좀 조심하고,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노력하고 잘하면,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순수했고 열정이 있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학생들과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간식을 먹고, 각종 게임을 했다. 심지어 방학 때 만나서 타 지역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체험을 하러 다녔다. 선배교사들은 신규니까 할 수 있는 거라며 격려해 주셨는데 그땐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쳤지 싶다.



왜냐면, 무슨 일이 일어나면 교사는 철저히 혼자가 된다는 걸 교권보호위원회도 열어보고 갑질신고도 해보며 이제는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누칼협(누가 칼로 협박했어?)'이라고 하던데 그건 학교 안에서도 그런 것 같다. 욕먹었을 때, 맞았을 때, 관련내용을 문서화해서 관리자에게 제출했지만 어떠한 도움을 받지도 못했고 학생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가르치지 않는 학년의 학생을 왜 지도하냐'는 말,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애들이 그래'라는 말을 들었다. '누칼협'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그냥 내 불찰인 줄로 알고,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며, 실제로 그 당시에는 교권보호위원회 같은 게 없기도 했다. 그냥 혼자 감당해야했다.


제도가 생긴 지금은 그럼 혼자가 아닐 수 있을까.

이전 07화 님아 그 촉을 믿으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