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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Nov 02. 2023

버리기 만만한, 옷을 비웠다(2)

벌에 3만원, kg 당 600원

무슨 물건이든 신중히 사고 사면 오래도록 사용하고 사용하지 않더라도 잘 버리지 못하는지라 옷마다의 추억이 떠올랐다. 제일 버리기 만만하기에, 버려야 옷장에 공간이 생기기에 옷장을 열어 옷을 꺼내기 시작했는데 쉽지가 않아 기준을 세웠다.


1. 1년 동안 안 입은 옷은 버린다.

2. 살빼서 입으려고 둔 옷은 버린다.


기준을 정하고나니 생각보다 쉽게 옷장비우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다 가끔 브레이크가 걸릴 때는 그 옷이 너무너무, 정말정말 새것같을 때였다. 그런 옷들은 사진을 찍어 당근에 올렸다. 그런데 당근에는 너무 많은 옷이 있었다. '원피스 6벌에 1만원', '블라우스 6벌에 5천원' 이런식으로 여러 벌을 묶어 가격을 후려쳐서 싸게 팔았다. 그래야만 팔렸다. 꽤 많은 옷을 팔았는데 수익은 생각보다 작고 귀여웠다. 가끔 택배로 보내야 하면 받은 택배비보다 내가 더 내는 경우도 있어 수익은 더 하찮아졌다. 그 과정에서 꼬치꼬치 캐묻다가 잠수하는 사람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답을 하지 않는 등 기본 매너가 없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자니, 옷장 비워지는 속도는 더디고 신경쓸게 많아 지쳤다. 옷을 더 쉽게, 빨리 없애고 싶었다. 재고로 쌓아두고 싶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것은 중고판매를 대리해주는 곳에 보내버리기. 수거 요청을 하면 봉투를 보내주는데 그 봉투에 팔고자 하는 옷들을 담아 반품신청을 하면 접수가 끝난다. 접수 후에 검수를 거친 뒤 가격을 책정하여 판매를 진행한다. 검수를 통과해야 하고 진짜 구매자가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운이 좋아야 하지만 패딩 한 벌을 팔았더니 수수료 2만원을 떼고 3만원을 입금해주었다. 당근보다 쏠쏠하다. 검수를 통과하지 못해 판매할 수 없는 옷이나 일정기간이 지나도록 판매가 되지 않은 옷은 알아서 기부 처리를 해주고 기부금영수증을 받게 해준다. 옷이 팔리면 알아서 돈이 되니 좋고 안 팔리면 기부도 하고 영수증도 받을 수 있어 좋다. 어차피 그냥 버리면 0원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니 깨끗하고 브랜드 옷들은 거의 다 보내 버렸다. 다만 단점은 상태좋은 '여성복'만 취급한다는 것.


10벌은 보낸 것 같은데 판매 대상은 3벌, 완료된 건 두 번째 수거된 것 중 패딩1벌, 그래도 쏠쏠하다 31790원!


새로 찾은 마지막 방법은 그야말로 버리는 거였다. 상태가 좋지 않은, 여성복이 아닌 옷들은 버리기로 했다. 대신 아파트 내 수거함에 넣는 것이 아니라, 면 소재의 옷은 부모님 회사에 걸레로 보내고 아닌 것들은 kg당 600원을 준다는 수거업체를 부르기로 했다. 후기를 쓰거나 하면 5000원을 더 주기도 한다나. 아무튼 수거는 20kg부터 하고 기준 무게가 넘을 땐 책과 이불, 냄비도 수거해준다고 한다. 책도 냄비도 버릴 게 있는데 잘 됐다. 다 돈이 된다. 그런데 이런! 17kg이다. 얼른 매의 눈을 하고 옷을 훑었다. 큰 아이 옷도 꺼내 버릴 것을 솎아내고 작은 아이 옷 중 물려받은 것도 산처럼 쌓아두니 집에 먼지가 한가득이다. 과연 정리는 하고 있는 건지 그냥 보고 있던 남편도 한 마디 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틈틈이 골라낸다. 이거 이거는 수거요청해서 대리판매하도록 하고 이거랑 저거랑은 버려야지. 몇 벌을 더 모아냈다. 이제는 20kg이 될 것 같다. 단점은 20kg이 안 되면 무상수거를 해 가 버린다는 것. 과연 나는 kg당 600원을 받을 수 있을까.


12,000원이 되고 싶어요.




*오늘 아침 일찍 글을 발행했을 때 브런치북 선택을 잘못하여 발행취소하였다가 다시 발행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작가님들, 댓글은 발행취소된 글과 함께 서랍에 잘 보관중입니다. 보이지 않게 되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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