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시인의 <무화과 숲>을 읽고

홍반장님 글 중에서

by 아반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 황인찬 시인의 〈무화과 숲〉






때로는 직관(intuition)이라는 게 놀라올 때가 있다.

아니 별로 놀라울 것도 없다.


우린 먹어 본 것, 가 본 것, 느껴 본 것이 나오면

직관적으로 "어, 저거 나도 아는데"라고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그랬다.


아! 나 이거 뭔지 알아.







아내가 방문을 "쾅"하고 닫고 들어가 버렸다

나오질 않는다


쌀을 씻는다


저녁도 해야 하고

아침도 해 먹어야 한다


옛날 일이다.

지금은 밥 얻어먹고 산다


내게는 이것이 아내에 대한 무화과 꽃 같은 사랑이리라


아내에게 혼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돈을 좀 벌어야지



- 아반이 쓴 〈무화과 숲〉






이거잖아 이거.


그런데 왜 무화과 숲인가?


이봐/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친구는 손 뽑아 등 다스려주며/

이것 봐/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무화과>라고 헤아린다.


김지하 시인의 〈속꽃〉에 그 답이 있다.


꽃시절 없이 피어난 열매 같은 삶,

우리네 결혼 생활의 현실이다.


무화과 숲은 시인의 결혼 생활이다.


황인찬 시인

그래도 옛날 일이라 지금은 밥 얻어먹고 사는구나.

나도 잘 알지.


나도 옛날에 그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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