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은 재혼했을까?
욥이 재혼했다고?
아마 처음 들어본 말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마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은 이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런 말을 들어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까
그런데 처음 이 생각을 한 것은 바로 이 그림 때문이다.
족히 보아도 60은 넘어 보이는 욥의 아내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시작이었다.
욥이 고난을 겪은 후 하느님께서는 그를 축복하셔서 그가 다시 열 자녀를 갖게 하셨다.
그러니까 욥의 아내는 지금부터 이 아기를 포함해서 열 명의 아기를 더 낳아야 하는 것이다.
욥이 시험을 받을 때 그의 나이는 얼마나 되었을까?
시험받기 이전에 있었던 열 명의 자녀를 낳으려면 매년 낳아도 십 년 아니 여유 있게 십오 년은 걸릴 것이다.
그런데 그 자녀들이 장성해서 각각의 가정을 꾸리고 돌아가면서 연회를 열었다.
마지막 자녀가 장성해서 이십 년은 지난 시점일 것이다.
당시에는 수명이 길었고 결혼 연령도 더 늦었다고 가정해도 아마 60에 가까웠을 거란 추정을 해볼 수 있고 (고대 성경 번역본인 '칠십인역'은 당시 욥의 나이를 70세로 특정한다.)
욥이 시험 이후 140년을 더 살았으니 당시의 수명과도 얼추 맞는다.
당시의 풍습을 고려하면 욥의 아내의 나이는 욥과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욥의 아내가 아무리 일찍 출산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아마 55세 정도는 되었을 것이며
욥의 시험 이후에 욥의 아내가 열 명의 자녀를 더 가졌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의 사람들의 수명을 생각해 보면 생물학적으로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란 추론과
하느님의 축복으로 그것이 가능했을 것이란 가설도 세워볼 수는 있지만
어쨌든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나이 들어 아이를 갖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기적이 일어나야만 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그의 아내가 쏘아붙였다.
"당신, 아직도 그 잘난 순전함을 붙들고 있는 건가요? 차라리 하느님 면전에서 그분을 저주해 버리고, 그냥 죽음을 택해요!"
욥기 2:9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잃고 자녀들마저 모두 죽었을 때
욥뿐 아니라 그것은 욥의 아내에게 있어어도 극심한 고통을 주는 재난이자 시련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욥의 아내가 저런 말을 했다고 해서 도덕적 잣대로 욥의 아내를 비난하지 않는다.
누구나 저런 상황이 되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감 받은 성경에 욥의 아내의 이 말이 명시적으로 기록된 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단지 고통이 얼마나 심한 것이었는지를 나타내려거나
욥의 아내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빈말을 기록했다고 보는 것을 넘어
욥의 아내의 말이 실제로 욥을 떠난다는 선언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욥으로부터 떠나겠다는 선언
그렇게 본다면 아내의 이 말은 물리적으로 그 자리를 떠나는 행위보다 더 강력한 의미를 가진다.
당시 족장시대의 배경에서 남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신앙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남편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사 표현이나 다름없다고 보는 것이다.
욥은 이 사건 이후에 완전히 버림받고 고립된 상황에서 극심한 시련을 인내해야 했을 것이다.
욥의 아내가 단지 감정적으로 격해져서 이런 말을 하고 계속 그를 지원해 주었다면
그는 그나마 위로를 받았을 것이지만
욥의 아내가 떠났다면 그것은 그가 처한 극심한 시련의 강도를 더해 주었을 것이다.
(고대 족장 시대에 여자 혼자서 독립하여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욥이 부양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욥의 아내는 생계를 위해 일하거나 다른 공동체의 보호 아래에 속해야 하였을 것이며 욥의 아내가 욥을 떠난다는 것은 다른 공동체의 하녀나 또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을 의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후 욥의 아내는 더 이상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다.
욥이 자신이 여호와보다 더 공의롭다고 한 말을 여호와께서 시정하셨고
욥이 잘못을 했을 거라는 거짓 비난을 한 욥의 세 친구의 잘못에 대해서도 하느님께서는 책임을 물으셨다.
욥은 그들을 위해 번제를 드렸는데 성경에는 욥의 아내가 회개하거나 사과했다거나 욥의 아내를 위해서 번제를 드렸다는 아무런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더구나 욥의 고통과 시련동안 내내
그의 아내에게도 시련이 되는 시기였을텐데 그의 아내가 계속 욥의 곁에 머물며 함께 인내했다면
그것은 대단한 믿음이며 충절이다.
그렇다면 성경에는 반드시 그의 아내에 대한 칭찬과 믿음의 본으로 그의 아내도 언급했을 텐데 그런 언급조차 없다.
더구나 그랬다면 그의 아내의 이름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욥의 세 딸의 이름(여미마, 긋시아, 게렌합북)이 기록된 것과 대조해 보면 더욱더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성경 기록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데
그것은 하느님께서 특별히 그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시기 때문일 수 있다.
욥의 아내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욥의 아내가 떠나갔다면 그것은 정말로 슬프고 비극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설교자들은 욥의 가정이 회복되어 욥의 아내가 함께 축복받은 결말을 맞이했을 거라고
설교하고 있다.
그리고 근거 없이 욥이 재혼했을 거란 추측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이 그저 가십거리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지하게 성경을 연구하는 자세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욥의 아내는 어디로 갔을까?] 2부에서 이어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제목 그림 : Job mocked by his Wife - Georges de La Tour(1593–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