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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빈 Jul 28. 2024

12화 : 처음 맞이했던 크리스마스

내가 일본에 취업했던 이유 (12화)

일본 회사는 4월 말~5월 초 골든위크라고 하는 긴 연휴,

그리고 8월 중순 오봉야스미 (お盆休み)라고 하는 연휴,

12월 말~1월 초까지 연말 연시를 맞아 길게 쉬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다녔던 회사도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연말 연시 연휴로 회사가 쉬었는데,

12월 25일 오후부터 1월 4일까지, 10일 간 길게 쉴 수 있는 기회였다.

(일본은 법적으로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길게 쉬는 회사는 본 적이 없었기에, 나는 놀랐다.

'이렇게 길게 쉬어도 문제가 없다고?'


시설 부서의 경우에는 겨울에 공사가 쭉 이어지는 시즌이다보니, 시공 현장 관리 때문에

연말연시 연휴 때 함께 쉬지 못하고 공사가 끝나는 봄 시즌에 몰아서 쉬었다.



과장님과의 점심 식사


2020년 12월 25일. 연휴 전 마지막 출근일.


당시 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신입사원이라, 특별히 담당하는 현장은 없었기에,

과장님께서는 요번에 푹 쉬고 오라고 하셨다.

"임군, 코로나 상황 때문에 비록 한국은 못 다녀오겠지만, 푹 쉬고 와.
오늘 오후부터 쉬니까 괜찮으면 있다가 점심 식사 같이 하러 가자."


다른 과장대리 두 분은 연휴 전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하러 유명한 라멘집으로 가셨고,

과장님께서는 나를 데리고 당시 시내에서 유명했던 와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가셨다.


규모가 정말 큰 단독 건물에, 전형적인 일본풍으로 지어진 곳이었다.


"임군, 먹고 싶은거 한번 골라봐. 여긴 이게 맛있어.
사이드 메뉴로는 냉면 하나 시키자. 내가 냉면을 좋아하거든."


부위 별로 맛있는 부위들을 추천해주셔서 그걸로 주문했다.

싱싱한 규탕 (牛タン, 소 혀 부위)도 시키고, 이치보 (イチボ, 소의 엉덩이 부위), 럼 (ランプ, 이치보의 윗 부위. 우리나라 말로는 보섭살 이라고 한다.) 등등..


소 부위가 이렇게 많은지 그 때 처음 알았다.

식사하며, 과장님께서는 일본 생활은 좀 어떠냐고 물어보셨고,

한국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물어보셨다.


그 때 하셨던 질문 중에 기억나는 게 하나 있다.

한국 학생들은 정말로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있는건지?

이거 정말 궁금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임군,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때 아침에 학교 가서 밤에 돌아온다던데, 사실이야?
저녁도 학교에서 먹는다고 하던데."
"네. 사실이에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제가 고등학교 다닐 시절엔 그랬었어요."


과장님은 'ありえない! (말도 안돼!)'이라시며, 눈이 똥그래졌다.



가두리 양식


여담이지만, 내가 고등학생 시절에는 8시부터 9시까지 0교시라는게 있어, 7시 40분까지 등교해야 했었다.

이 후 실제 9교시까지 수업을 진행하고, 6시 10분 경부터 저녁을 먹고 7시부터 야자 (야간자율학습)을 했었다. 야자는 11시까지였다.


그러니까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총 15시간을 학교에서 보냈던 셈인거다.

그 땐 야자를 안하고 싶다고 안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고 반강제였다.

야자를 하다가 도망갔던 친구가 그 다음 날에 선생님께 야구 배트로 맞기도 하고.

(아직도 의문인게 이름은 야간'자율'학습인데, 정말 자율적이지 못했다.

하여튼 지금 생각해도 정말 비효율적이고, 옳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난 야자를 '가두리 양식'이라 불렀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식사를 마치고 종업원이 계산서를 들고 왔다.


두 명이서 먹었는데, 30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과장님께서 결제하면서 얘기하셨다.

"한국은 크리스마스가 축제 같은 분위기라면서?
일본은 공휴일이 아니다보니, 비록 한국 같은 느낌은 안나겠지만,
이거는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집 가서 푹 쉬어."


일본 생활에서 처음 맞이한 크리스마스.

그리고 그 날 과장님께서 사주셨던 점심 식사는 아직도 기억에 잊히지 않는다.


당시 과장님께서 사주셨던 와규 (2020년 12월 25일)


다음 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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