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을 맛깔나게 꾸며주는 시김새를 알아보자
A 특정한 음이나 가락 앞뒤에 붙어 원가락을 꾸며주는 음(또는 짧은 가락)입니다. 쉽게 말해 ‘장식음’이죠. 좁게는 서양음악의 앞꾸밈음, 트릴처럼 음의 앞뒤로 붙는 것부터 넓게는 지역·악기별로 달라지는 연주 스타일과 주법, 판소리의 발성법까지 포함합니다. 우리 음악은 서양음악과 달리 음높이와 빠르기가 고정되지 않아, 어떤 시김새로 그 폭을 조절하느냐에 따라 같은 음악이어도 느낌이 달라집니다. 마치 맛을 살리는 양념처럼요. 서양음악의 장식음이 ‘일정한 모양’이라는 ‘작곡가의 의도’를 따른다면 우리 음악의 시김새는 ‘보이지 않는 음과 박 사이를 밀고 당기고 조이고 풀어’가며 ‘연주자의 의도’를 담는 것이죠. 먼저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시김새를 소개하겠습니다. 음을 떠는 요성(악기는 농현), 아래 음에서 본음으로 밀어 올리는 추성, 위 음에서 본음으로 끌어내리는 퇴성입니다. 음과 음을 자연스럽게 잇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지역·악기·장르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A 시김새는 지역성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역마다 말투와 생활 습관이 다른 것처럼, 음악적 특색도 다릅니다. 이 특색을 ‘토리’라고 하는데요. 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것이 ‘음계’와 ‘시김새’입니다. 지역마다 특정 시김새를 강조하거나 생략하는 등 모양이 다르죠. 전라도·충청 남부의 육자배기토리(남도 민요)는 굵게 떠는 ‘미’, 평으로 내는 ‘라’, 위 음인 도에서 꺾어 내리는 ‘시’가 중심이 되고, 경상도·강원도의 메나리 토리(동부 민요)는 ‘라’와 ‘미’ 사이에 사이음 ‘솔’을 흘려 넣지요. 경기도·충청 북부의 경토리(경기 민요)는 솔라도레미 다섯 음을 빠르고 고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시김새를 대신합니다. 황해도·평안도의 수심가토리(서도 민요)에서는 비교적 높은 ‘라’를 떱니다. 남도와 달리 음을 잘게 떨어 애원하는 느낌을 주죠. 시김새는 판소리에서 전문화된 기교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소리를 서서히 몰아서 감아내는 감는 목, 소리를 둥글둥글 굴려내는 방울목, 새가 모이를 쪼듯 음을 찍어내는 쪼시는 목 등 20가지가 넘는 기교 목이 시김새에 포함됩니다. 비음과 가성, 목구멍을 조였다 푸는 등 소리의 경로도 다양하고요. 판의 흥을 돋우는 시김새를 얼마나 잘 쓰느냐로 창자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답니다.
A 시김새는 각 악기의 독특한 주법까지 아우릅니다. 가야금·거문고와 같은 현악기의 시김새는 손가락으로 현을 빠르게 오갈 수 있어 장식적인 시김새가 발달했습니다. 왼손으로 줄을 팽팽하게 눌렀다(밀었다) 푸는 동작으로 앞서 말한 농현·추성· 퇴성과 더불어 음을 빠르게 굴리는 ‘전성’이 가능합니다. 관악기의 시김새는 숨과 입 모양, 지공과 악기의 위치를 함께 조절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교입니다. 악기의 위치, 지공을 막는 정도, 취구와 입의 간격(피리는 입안의 공간) 등 여러 경로로 시김새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금의 시김새로는 입김을 짧고 강하게 내쉬며 아래 음으로부터 치고 오르는 ‘다루치기’, 음을 꾸밈과 동시에 본음을 강하게 부는 ‘떠이어’가 있습니다. 겹서 악기인 피리는 혀로 서를 치는 ‘서치기’나 혀로 목구멍을 막는 ‘혀치기’ 등 입안의 공기를 움직여 시김새를 연주합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음정이 바뀌지요. 해금은 현악기의 전성, 관악기의 다루치기 등 두 악기군의 시김새를 고루 가집니다. 주목할 것은 ‘잉어질’이라는 해금만의 시김새인데요. 활의 방향을 재빨리 바꾸며 소리를 채듯 연주하는 것으로 물고기를 낚아채는 동작과 비슷하다 하여 잉어질이라 합니다. 현대음악에서는 글리산도, 플러터 텅잉 같은 서양음악의 주법, 지공이나 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독특한 창작 기법이 시김새로 두루 쓰입니다.
글 — 전윤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월간 ‘객석’ 기자, 출판사 ‘수류산방’ 편집자를 지냈다. 2015 화음평론상을 수상했다
출처 — 국립극장 <미르> 11월호 전통예술사전 '시김새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