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누일 지붕은 어디에

니콜라스 이야기 15

by 전윤혜


다시 일할 곳을 찾아야 했다. 매니저가 아는 바를 소개해 주겠다는 말에 칸에서 450킬로미터가 떨어진 리옹으로 올라갔다. 리옹엔 바와 매니저 이름 외엔, 친구도, 연고도 없었다. 바에서는 일단 계약직으로 시작하고, 집을 구하고 정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분간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봄의 기운이 막 움틀 무렵이었다. 니콜라스는 리옹이 마음에 들었다. 미식으로 이름난 이 도시는 오래되었지만 깨끗하고 활기찼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돈 많은 외국인들의 휴양지가 되어버린 칸과 달랐다.


집 구하기는 녹록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단기간에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방 계약을 하려면 현재 주소지 증명서와 주소지의 월세를 3개월간 냈다는 증명서, 최근 3개월 월급 명세서와 세금 신고서, 근로 계약서가 필요했다. 세입자의 권리가 ‘너무’ 잘 보장돼 있어서 월세를 내지 않아도 쫓아내기가 어렵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보증 안 된 세입자들에게 발등 찍혀본 집주인들은 서류를 까다롭게 검토했다. 집의 크기에 따라 보증인을 요구하기도 했다.


리옹의 집주인들은 정규직 노동 계약서를 원했다. 연고도 없는 젊은이가 혈혈단신으로 올라와 집을 구한다니 의심했다.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집주인들의 처지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이 도시에 온 청년에게 그들의 단호함은 큰 상처를 주었다. 한 달 전부터 호스텔 생활을 한 그는 현재 주소지와 월세 납부를 증명할 수 없었고 계약직으로 시작한 터라 정규직 근로 계약서도 없었다. 이 부분은 바에서도 타협해 주지 않았다.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순간부터 사장은 직원에게 엄청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도 니콜라스가 정착이 확실해질 때까지 믿음을 주지 않았다. 월급으로는 호스텔 비용과 식비가 충당되지 않았다. 통장의 잔고는 점점 줄어들었다. 초기 정착 비용으로 이미 모아둔 돈을 얼마간 쓴 상태였다.


2013년 프랑스에는 지금 같은 인터넷 부동산이 없었다. 니콜라스는 밤에는 일하고, 아침에는 방을 구하러 다녔다. 피곤이 몰려왔다. 하늘 아래 내 몸 누일 지붕이 없다는 것이 암담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벗어나기가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학교도, 가족도 없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프랑스의 불편하고 신의 없는 시스템에 질려버렸다. 그렇다. 사람들은 서로 믿지 않았다. 그래서 구질구질하게 덧붙일 것이 많은 것이었다.


일을 하는 데도 통장에 마이너스가 찍히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다시 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적어도 주소지 증명은 할 수 있는 곳으로.


니콜라스가 리옹으로 떠난 사이, 리디아는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단꿈에 들었다 잠이 깰 때 기분이 더 나쁘듯 리옹에서 쐰 바람은 그의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벗겨 보였다. 삼 년을 열심히 일하고 남은 것이 결국 빈 통장과 알콜 중독 엄마라니. 변한 것이 없었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헛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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