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이야기 14
그는 패잔병처럼 칸으로 돌아왔다. 이젠 무얼 해서 먹고살아야 할까? 리쎄로 진학한 친구들이 갓 졸업할 쯤이었다. 학교와 부모라는 규율이 풀린 그들은 밤이 주는 자유로움에 빠졌다. 2009년에 스무 살이 된 1990년생들은 다프트 펑크가 닦고 데이비드 게타가 불 지른 프랑스 EDM(Electronic Dance Music) 씬의 최대 수혜자였다. 프랑스 EDM 특유의 멜로딕한 선율과 규칙적인 비트는 춤 못 추는 이도 들썩이게 만들었다. 힙해 보이고 싶은 아이들은 물 건너 온 에미넴과 블랙 아이드 피스를 틀어주는 클럽으로 갔다. 이따금 당시 미친 사람처럼 데뷔한 레이디 가가의 누구나 다 알만한 후렴들이 믹싱 됐다.
그들은 밤마다 주앙레팡(Juan les Pins)에 모였다. 젊은 세대는 좋게 말해 고풍스럽고 솔직히 말해 올드한 칸 대신 옆 동네 뒷골목을 찾았다. 한껏 멋을 낸 이십 대 초반 아이들은 술 마시고 노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중심가 펍의 바텐더가 팁만 다달이 3,000유로를 받을 정도였다. 니콜라스도 춤추고, 마시고, 정처 없이 떠돌았다. 일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하루는 파티에서 만난 사람이 근처 클럽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알려줬다. 클럽 이름은 지옥(L’Enfer)이었다.
허름한 2층 상가 건물의 지하에 빨갛고 파란 조명의 환락이 펼쳐졌다. 니콜라스는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 알바로 시작해 보안 담당, 테이블 웨이터, 바텐더 조수(Commis de Bar), 바텐더까지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좋은 음악에 일하면서 친구들도 만날 수 있고, 공짜 술도 즐길 수 있으니 이게 무슨 일이야. 오히려 집 같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승진이 따라왔다. 새 여자친구도 생겼다. 대형 모터바이크 면허를 땄고 클럽의 세큐리티에게서 야마하의 600cc짜리 디베르시옹(Diversion)을 샀다. 처음으로 커다란 모터바이크를 몰게 되었다. 여자와 직장과 큰 모터바이크.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 무렵 그는 다시 엄마 리디아의 집으로 들어갔다. 리디아는 이제 정말 정신을 차린 건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자동차 정비소의 비서로 취직했다.
지옥 클럽의 매니저는 그를 건너편 바의 바텐더로 추천했다. 주앙레팡 공원의 사거리에는 코너마다 아프리카, 멕시코, 라틴아메리카 콘셉트의 바가 있었다. 당시 이국적인 데코레이션이 유행이었다. 바마다 콘셉트는 달랐지만 사실 사장이 같았다.
니콜라스는 아프리카 테마의 레제브(Reserve) 바로 출근했다. 아침 7시 아침 커피를 내리는 것부터 오후 3시 저녁 장사를 준비할 때까지 일했다. 니콜라스는 술병을 옮기고, 칵테일에 쓸 라임과 오렌지 등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 점점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바를 마친 뒤 클럽에 일하러 갔다. 클럽이 끝나면 쪽잠을 자고 바의 아침 오픈을 했다. 일, 일, 일, 일을 했다.
왜 이렇게 일을 한 것일까. 니콜라스는 친구들보다 일 년 일찍 사회로 나온 만큼, 더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음 깊은 곳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른다. 리쎄 졸업장이 없는 그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친구보다 더 잘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노는 걸 포기할 수도 없으니 놀면서 일을 찾자고 생각했다. 기회가 왔을 때 가리지 않고 잡았고, 그 일이 무엇이든 몸 바쳐 일했다.
스물세 살, 바텐더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그는 헤드 바텐더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저글링이나 화려한 쇼맨십이 중요했던 주앙레팡에선 개인기가 없는 그를 승진시켜줄 수 없었다. 대신 사장 셰릴은 그를 조금 더 큰 마을 앙티브(Antibe)의 바를 추천해 주었다. 니콜라스는 그곳의 헤드 바텐더가 되었다. ‘요트 클러버’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이곳은 합법적인 바처럼 보였지만 실은 코르시카 갱단이 차명으로 차린 곳이었다. 니스와 코르시카 갱들의 비밀 접선을 위해. 그들은 모두 전과자였고 함께 모이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코르시카 갱의 두목 에릭은 영화 <스카페이스>의 알 파치노 같은 사람이었다. 단단한 체구에 무언가 살기가 있었다. 여자에 환장한 그 덕분에 바에선 매일 스트립쇼나 섹시 테마의 파티가 열렸다. 니콜라스는 공짜로 눈앞의 벗은 미녀들을 보니 좋을 따름이었다. 팁도 많이 받았다. 휴무날에는 모터바이크를 탔다. 자신의 중고 야마하에 3,000유로를 얹어 스즈키의 1200cc짜리 모터바이크 밴디트(Bandit)를 샀다. 시동을 거는데 그 사운드가 지구 마지막날의 것처럼 크고 어두웠다. 지옥으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 지옥 같은 배기음을 사랑했다.
매니저가 바를 일찍 닫으라고 하는 날엔 입구와 창문 커튼을 쳤다. 도박이 시작됐다. 요트 클러버는 일 년 뒤 탈세를 이유로 폐쇄됐다. 누가 알까. 누군가 뒤에서 찌른 것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