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한 백수

니콜라스 이야기 16

by 전윤혜


'그동안 나는 뭘 한 걸까.'


니콜라스는 방에 우두커니 앉아 스물넷 인생을 돌아봤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과거의 일들은 그의 노력으로부터 비롯한 게 아니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누군가의 소개나 우연으로 여기까지 왔다. 첫 직장이었던 요트 회사가 그랬고, 군대도 그랬고, 나이트클럽도, 바도, 리옹도 그랬다. 순간순간은 최선을 다했지만 무언가를 쟁취하게 위해 작정하고 노력해 본 기억이 없었다. 그는 나약한 인간이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바텐더는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 리옹에서 패배한 기분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었다. 조금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직업을 하나씩 찾아보았다. 그리고 부딪혀 보기로 했다. 먼저 비디오 게임. 신작 테스터에 지원했다. 영어가 안 돼 떨어졌다.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도 생각했지만, 그는 독수리 타법을 쓸 정도로 컴퓨터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전략적으로 게임하는 프로게이머 스타일도 아니었다.


다음은 모터바이크. 모터바이크 택시는 교통 체증이 심한 파리에 집중돼 있었다. 그마저도 영업 번호판을 받기 위해선 웃돈을 얹어야 했다. 모터바이크 프로 라이더는 학교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고 등록금이 비쌌다. 경찰 헌병대(Gendarmerie nationale) 모터바이크 섹션에 지원했다. 바칼로레아(우리나라의 수능 개념) 점수가 없는 사람들은 따로 학력 시험을 치러야 했다. 수학에서 떨어졌다.


결국 취직을 하려면 학위가 필요했다. 학위를 따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고 그러려면 일을 해야 했다. 무엇을 할까를 찾는데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왔다.


몇 달 문을 두드려보다 그만뒀다. 하지 못하는 이유를 나열할수록 부정적이 되어갔다. 준비하는 법을 모르고 살아온 그에게 취직을 준비하는 과정은, 이미 늦었다는 생각만 강하게 심어주었다. 삶이 무엇인지 모른 채 닥친 대로 살아온 결과였다.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었다. 밖에 안 나가면 돈이 안 들었다. 돈을 안 버니까 그럼 그냥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리디아는 아들이 이상한 것을 느끼고 처음에 대화해보려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그녀가 음식을 만들어 놓고 가면 먹을 때만 방에서 나왔다. 친구들의 연락엔 한두 달 뒤에 답장했다. 친구들도 처음엔 챙기다가 그가 마음 문을 닫은 걸 느끼곤 언젠가부터 내버려 두었다. 다들 일하느라 바빴다. 오로지 그만 쉬었다. 무능력한 백수. 자신이 하찮게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들수록 게임을 했다. 강렬한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했다. 이게 현실인지 가상인지 헷갈렸다. 몰입을 해야만 했다.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밤을 새워 게임을 해도 아무도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그는 행복했다. 아무 의미 없이도, 아무 노력 없이도 인생이 살아진다는 걸 깨달은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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