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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Mar 07. 2024

인공지능 창의성을 논하는 시대, 취향과 큐레이션의 힘

블로그와 오랫동안 밀접한 생활을 하다가, 별다른 내용 없는 깡통 블로그들이 늘어나고 블로그를 잘 찾지 않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플랫폼 운영사도 그에 맞춰 블로그 검색 시스템을 여러 번 업데이트하면서 순간 검색 순위가 뒤집어지며, 블로그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대응 전략을 다시 짜야했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에 많이 밀리긴 했지만, 블로그 마케팅 시장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경쟁이 치열해져 왔습니다.

 

신규 블로그가 자신을 알리기가 점점 어려운 시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잘 안착한 블로그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검색 노출이 잘 되는 키워드를 쓰거나, 이웃 방문 활동 등을 열심히 해서 비즈니스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들도 있는데, 그중 종종 자신의 생각을 깊게 나누기에 안착한 블로그들을 발견합니다.


브런치는 아예 글을 쓰겠다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니까 애초에 글을 읽겠다는 목적으로 방문하는 곳이라면,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블로그는 보통 검색을 하다가 글이 마음에 들어 하나 둘 읽으면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글이 좋으면, 계속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보기 위해 다시 방문하게 되고요.


서두에 블로그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생각을 깊게 나누는 사람은 귀하기에 생각보다 경쟁력을 쉽게 갖출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생각이라고 해서 거창한 주제를 논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에서 자신의 취향을 소신껏 밝혀주는 사람들을 엿보고 싶어 할 때도 많습니다.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의 성공이 반증해주기도 합니다.


TV나 영화 리뷰를 하면서도, 최애에 대한 덕질의 근거를 열정적으로 조목조목 밝혀주는 블로그는 또 찾고 싶어 집니다. 감동을 받거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영화를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란 문장만 있는 블로그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써주는 곳은 다시 찾게 됩니다. 사실 영화나 책을 보고 구체적으로 그만큼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니까요. 사유의 폭이 넓고, 깊이도 깊어야 하고, 그것을 차분히 정리할 끈기도 필요한 일이니, 대부분 더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을 귀찮아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블로그 글을 대신 써주고,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기존 작가들의 창의적 영역까지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보면서도 사실 아직까지는 좀 시큰둥합니다.


현재까지 인공지능을 이용해 블로그나 유튜브 콘텐츠를 만든다는 경우들을 대충 살펴보면, 기계적 조합의 정보성 콘텐츠에 그치더라고요. 굳이 그 사람의 콘텐츠를 살펴볼 이유가 없는. 검색 시스템 안에서 노출이 되고, 조회수 자체가 목적인 경우라면 그런 콘텐츠들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비슷하게 다들 그런 콘텐츠를 올린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 스크립트 자동 생성이나 컷편집 등의 시간을 줄여주는데 활용할 수 있는 건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그렇게 자동화해서 일임할 수 있는 영역 말고, 생성해 주는 콘텐츠의 질을 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가고, 사람들이 자신에 맞게 커스텀해서 chatGPT든 다른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겁니다. 그런데 커스텀 과정에는 결국 큐레이션과 취향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창의성을 더 요하는 콘텐츠 차원 이전에, 비즈니스 수준에서 키워드를 캐내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플랫폼에게 단어는 띄어쓰기, 오타까지 하나하나 돈이 되는 자원이다 보니 검색량과 단어의 가치를 먼저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여러 가지 키워드 검색 사이트들의 도움으로 황금 키워드를 캐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정말 의외의 틈새 황금 키워드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지인도 (지금은 경쟁이 심해진 키워드가 되었는데) 오직 자신의 취미와 관련된 키워드를 쳐봤는데, 의외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는 시장이어서 한동안 쏠쏠하게 블로그 운영 수익을 냈던 경험이 있습니다.


창의적 콘텐츠도 여전히 그렇다고 봅니다.

모두에게 동등한 툴이 주어졌지만, 그 툴 속에서 자신에게 맞게 커스텀해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결국 자신의 취향이 필요하고, 그 취향에 맞는 정보를 어떤 질문을 통해 큐레이션해 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네요.



최근에 웹소설이나 소설 창작자들도 ChatGPT를 이용하여 창작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웹소설은 장르적 특성이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ChatGPT의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소설의 경우에는 비슷한 패턴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기에 자신의 취향, 오리지널함을 표현해야 합니다.


미국 아마존에서 ChatGPT를 활용한 소설 작법책 중 꽤 잘 나가는 책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ChatGPT가 저절로 책을 써준다기보다는,

원래 전문 작가가 ChatGPT를 활용하는 법을 익혔다는 게 옳습니다.


이 분은 이전에도 소설 작법 강의하는 커리어가 탄탄했고, 자신의 작품들도 잘 쓰고 있었습니다.


제가 책을 살펴보며 작가가 활용한 프롬프트를 봤더니,

저 역시 창작 공부를 하며 공부했던 여러 이론이라든지, 툴, 레퍼런스들이 나오더군요.

결국 애초에 창작 공부의 바탕이 없으면, 이를 활용한 프롬프트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출간한 작가가 소개한 프롬프트로 글을 쓰면 되지 않냐고요?

그 결과는 이 작가 취향에 맞는 글이 나오지,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취향을 정확하게 안다는 전제 하에.)



인공지능 툴의 도움을 받기 전에도 콘텐츠 제작 툴들은 많았습니다.

저도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해야 해서 디자이너들이 많이 쓰는 디자인 소스가 많은 사이트들을 이용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내장된 디자인을 제공하고, 커스텀이 가능하게 하는 콘텐츠 창작 도구 소프트웨어들도 사용하곤 했는데요, 그때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한 땀 한 땀 디자인 소스를 찾아내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더군요.


내 손이 내 머릿속만큼 구현할 수 있다면, 앉아서 쉭쉭 그리면 정말 빠를 것 같았는데 말이죠.


이제 그 과정에서 해야하는 단순 반복 작업은 인공지능 툴이 많이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어쨌든 인공지능 창작물의 결과가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 툴들을 활용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지난한 커스텀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맞춰지고 나면 비약적으로 빨라질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는 큐레이션 할 수 있는 능력이 여전히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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