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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2시간전

오늘 나누고픈 어린이 문학 <최악의 최애/ 김다노>

제게 어린이 문학은 중요한 예술 장르입니다.

창조적 직관을 되살리는 일이자, 칼 융이 말하는 어린이 원형이 활성화된 상태에 이르기 위한 귀한 방편이니까요.     

너무 많은 책들을 진공청소기 흡입하듯 읽고 넘겨서, 마음에 남는 책들은 기록을 좀 더 남겨두기로 합니다.  

  



오늘 나누고픈 어린이 문학은 김다노 작가님의 <최악의 최애>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 동화입니다.

연작은 읽을 때, 이 이야기와 저 이야기의 주인공이 전체 구조의 어딘가에서 딱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는 지점의 쾌감이 있습니다.     


<최악의 최애>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진지하게,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 않게 쓴 게 미덕이라 생각합니다. 진짜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린이 문학을 많이 읽는 독자로서는 등장인물의 생각을 펼쳐내는 톤이 참 좋았습니다.     



어린이 문학은 보기보다 쓰기 아주 어려운 장르입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한번 앞다리, 뒷다리가 생기면 꼬리로만 헤엄치던 시절을 더 이상 떠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쓰는 어린이말을 잊어버린 어른들은 하나의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듯이 마스터해야 합니다. 


신기한 건, 다른 외국어는 한번 배워두면 오랫동안 잊어버렸다가 다시 배워도 가능하지만 어린이말은 내가 할 줄 알던 말이었지만, 잊어버리고 다시 배워도 영원히 그 말을 그때처럼 하지는 못합니다. 성인이 되어 배우는 제2 외국어처럼 어색하게나마 활용할 줄 알면 다행입니다. 의외로 그 말을 배우는 것은 아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유은실 작가님은 어린이말을 틔우기 위해 어린이책 1000권 이상, 2만 시간 이상의 노력을 들였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어린이말 배우기에 성공하셔서 부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이 쓰는 어린이 문학은 초등학생 화자의 말투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어린이를 지나치게 보호하려 하다 보니 어색하게 힘이 들어간 톤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이를 너무 피상적으로 보는 톤이 나오기도 합니다. <최악의 최애>를 읽을 때는 6학년 화자로 설정된 인물의 감정에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읽는 데 힘이 들지 않고 산뜻하지만 진지해서 좋았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졸업 앨범에 한 마디씩 적어두는 그 친구들의 말도 참 좋았습니다. 어린이말의 말문이 트인 작가님의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유난히 시선을 끄는 소재가 있었습니다.     


집착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아이에 대해 선을 긋는 방법.     


이 어려운 문제를, 어린이의 시선에서는 어떤 수준에서 정리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책에서는 정면으로 싫다고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 부분에 좋은 문장들이 참 많았는데, 스포가 될 수 있어서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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