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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moon Apr 23. 2024

결국, 이혼

#함께지옥에산다면#결혼생활의끝에선당신#생각보다,다정한세상

첫째를 정신없이 키우고 있을 때였다.

첫째 아이의 육아는 모든 엄마의 몸과 정신을 흔들어놓는다.

나도 그랬다.

내가 흔들리면서 남편과의 관계도 흔들렸다.

그 무렵은 우리 부부에게도 위기였다. 결혼의 끝을 생각하게 할 만큼.


나는 나대로 깊이 외로웠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파했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내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남편의 마음은 닿질 않았다.

이럴 때는 가족도 친구도, 누구도 중재자로 서지 못한다.

두 사람의 솔직한 마음만이 맞닿아야 하는 때다.






첫째 아이를 재우고 남편은 아직 퇴근하지 않은 늦은 시간.

혼자 거실에 앉아 있었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불안했다.


(언제나 엄마의 연락은 불안했으므로.)


"너희 아빠랑 이혼하기로 했어."


"아... 그래...?"


"니가 시댁에 책잡힐까 봐 그게 마음에 걸리네."


"엄마의 인생이야. 엄마의 결정이고.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어. 엄마가 남은 인생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결정을 해. 나는 이제 신경 쓰지 말고."






엄마의 걱정도, 삶의 이유도 언제나 자식들이라고 말했다.

너희들 때문에 살고 있는 거라고.


자식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 나서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나를 짓누르기만 했던.. 부담스럽기만 했던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 말을 일평생 듣고 자라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그 말이 싫다.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살기를 간절히 바랐다.

엄마와 아빠가 나 때문에, 나와 동생 때문에 함께 지옥에서 사는 것보다 각자가 마음 편안하게 하루를 살기를 원했다.


지금 나는 '결혼 예찬론자'이지만 그럼에도 결혼생활을 멈추라고 하는 경우는 한 가지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이 지옥이라면' 그 결혼생활은 멈추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결혼인가?

정말 자식을 위한 결혼생활인가? 그렇다면 일상을 바꾸어야 한다.

부부싸움이라는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인 자녀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아야 한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나 자신의 마음과 배우자의 마음을 존중해서 직면해 볼 필요가 있다.


배우자의 외도.

도박중독, 알코올중독 등의 해결되지 않는 중독적 성향.

폭력과 폭언.


더 많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하는 삶이 지옥이라면 결혼을 멈추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다면 죽기 살기로 일상을 바꾸어야 한다.

정말 그래야 한다.

함께 지옥에서 살 수는 없으므로.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한동안 나는 마음의 몸살을 앓았다.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도 엄마와 아빠의 이혼은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또 나는 잠시 흔들렸다.


피아노치는 남자와 책읽는 여자, 우리 부부도 그때는 무척 흔들렸다.

각자의 마음은 각자의 삶에 있었고, 어떻게 서로에게 닿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니 우리는 배우는 중이었다.

나는 나대로 첫 아이를 키우면서 극도로 피곤한 매일을 보내고 있었고, 남편은 남편대로 인생에 가장 바쁘고 고단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나고 나니 보이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엄마, 아빠의 이혼 앞에서 한없이 위축되었던 나의 마음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남편에게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의 마음은 남편에게 닿았고, 그제야 남편의 마음도 나에게 닿았다.

서로에게 미안했던 시간들..


그저 일상을 살아갔다.

가능한 각자의 거친 마음을 최대한 다독이며..

가장 잘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을 다독이고, 격한 심정을 다스리기 위해 애썼던 모든 순간들은.


우리 부부는 지금도 노력 중이다.

함께하는 순간이 천국이 되도록.

함께함이 가장 편안하고 평안한 천국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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