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둘째의 시선

by Moonjours

올해 2학년이 된 둘째는 아홉 살이다.

아직 부모의 말이 모두 옳다고 믿고 잘 따르는 시기다.


돌아보면 첫째도 2학년이 황금기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 첫 번 해를 잘 마무리하고, 학교 생활도 익숙해지고, 배움에서 얻는 즐거움도 크고, 또래 관계도 서서히 확장되고 있는 시기였으니 말이다.

첫째가 가장 무탈하게 보냈던 한 해였다.


둘째도 내년부터는 어떤 모습으로 달라질지 섣불리 말할 수 없지만 (입조심해야지ㅜㅜ) 지금은 사랑스러운 때이다.


학기 초, 학교에서는 학부모 상담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형태의 간단한 심리검사들을 한다. 그리고 결과를 학교생활 모습을 토대로 해서 상담 시에 전해 듣는다.

전반적으로 두 아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런저런 성장통이 있고, 장점과 단점도 모두 있지만 이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동반되는 여러 시행착오가 늘 있다는 것을 엄마로 살아온 12년의 시간 동안 잘 배웠다.


둘째는 가족의 서열부터 가족 중 제일 힘들게 느끼는 사람 등을 검사를 통해 잘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새롭게 알게 된 아이의 마음도 있었고, 어떤 심리검사는 나를 박장대소하게 하기도 했다.

학기 초에 했던 것인지 근래에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동물로 표현하는 것이 있었나 보다.

(아래의 대화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에게 직접 들은 것이다.)



"엄마! 학교에서 가족들을 동물로 정하는 게 있었거든!

얼굴 생긴 거 말고, 그냥 그 가족한테 느껴지는 동물을 정해주는 거야!"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 탓에 기대감 반, 걱정이 반이었다.


"오호~ 재미있는 걸 했네. 우리 가족을 어떤 동물로 정해줬어?"


"음, 우선 엄마는...."


(두근두근, 두근두근)


"독수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엄마는 화가 나면 눈이 독수리처럼 변하거든."


둘째가 내게 종종 했던 말이다.


"엄마는 화가 나면 눈이 독수리처럼 변하지!"


내가 정말 그런가 싶었다.


"그럼 아빠는?"


"아빠는.... "


남편도 기대가 됐다. 거북이? 사자?


"아빠는 표범이야."


아빠가 표범이라니. 정말 의외였다.


"그럼 형은?"


"형아는 부엉이야."


"그럼 너는?"


"나는 강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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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둘째는 독수리와 표범과 부엉이와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였다.

강아지가 너무 해맑아서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모두 사냥을 하는 동물들 아닌가.

사냥하는 동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누군가의 기쁨이 되어주는 동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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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섞인 둘째의 대답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요즘 우리 집의 분위기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너무나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부끄러웠다.


첫째와의 충돌이 잦다.

갈등이 반복되어 서로에게 피로감을 준 지 꽤 여러 달이 지났다.

작년에는 그 시간이 힘들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아서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아이의 발달과정은 또 다른 고비를 부모에게 가져다주었다.



사춘기

思春期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는 시기.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여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생식 기능이 완성되기 시작하는 시기로 이성(異性)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춘정(春情)을 느끼게 된다. 청년 초기로 보통 15~20세를 이른다.

인간 발달 단계의 한 시기로, 신체적으로는 이차 성징이 나타나며 정신적으로는 자아의식이 높아지면서 심신 양면으로 성숙기에 접어드는 시기. 그 시기는 개인차가 있으나 대개 12세에서 16세가량의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 청년기의 앞 시기에 해당한다.


요즘은 초등학교 5학년이면 사춘기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첫째는 1월생이다. 또래 아이들 중에서도 늘 심리적인 발달이 빨랐다. 빠르게 오면 빨리 지나간다고들 하는데 매번 마주하는 강도는 매우 세고, 빠르게 지나가는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 매주 원더윅스를 확인했다. (젊어서 그랬나. 어쩜 그리도 열심일 수 있었는지. 각종 육아서적과 발달을 설명해 준 정보를 꼬박꼬박 찾아서 챙겨 읽고 확인했다. 그 시간에 잠이나 더 잘걸 그랬다.

정말이다. 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나를 돌보는 것이, 내게 맡겨진 아이를 잘 길러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아주 분명하게 원더윅스가 되면 잠도 잘 안 자고, 먹는 것도 시원치 않고, 짜증이 늘었던 첫째.

그에 반해 둘째는 원더윅스가 언제 있었나 싶으리만큼 모든 시기를 무탈하게 지나갔다.

모든 아이가 원더윅스를 힘들게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Difficult Temperament and Easy Temperament.

(한국어가 주는 어감 탓에 영어로 적어본다. ;;; 그게 그거인 듯한 느낌이지만.)


사춘기는 기질의 문제를 벗어난 또 다른 발달의 과정으로 보이지만, 가족이 함께 마주하는 아이의 모습은 어렵기만 하다.

둘째가 바라보는 가족의 모습은 흡사 동물의 왕국인가 보다.

사냥하는 동물들을 늘 주시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에게 먹이가 되고 누군가를 먹이로 찾아 나서는 동물의 왕국.


아이의 사춘기가 온 가정의 사춘기가 되는 것 같지만, 우리에게 봄날의 생기와 따스함을 가져다 주기를 기다려본다. 어느새, 불현듯. 그렇게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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