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adolescence #요즘아이들
넷플릭스, 4부작으로 구성된 영국 드라마다.
원테이크로 찍었다고 해서 더욱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중학생 아이들의 이야기이고, 주인공은 13살(중1) 제이미다.
어느 평범한 아침, 평범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간 무장경찰들이 제이미를 체포하는 모습으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아이는 살해혐의로 기소되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무장한 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경찰들은 아직 미성년자인,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를 체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마음이 무겁고 괴로워 보인다. 실제 등장인물들은 막중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수시로 표현한다.
체포된 후 절차가 매우 세밀하게 나타났다.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버거운 과정이다.
1부 내내 아이는 자신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음을 주장한다. 보는 나도 이 아이가 범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그렇게 보였고, 증거 역시 조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전이 아님에도 나 스스로 반전처럼 여겨졌던 부분은 2, 3화에서 등장한다.
같은 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있는 담당형사의 관점에서 그려진 아이들의 세계와 그런 어른들을 향한 아들의 일침. "아빠는 우리를 이해 못 해요."
그 아이에 의해서 의문이 조금씩 풀렸고, 나의 염려도 여기서 시작되었다.
체포된 후 아이는 "센터"라는 곳에서 보호와 치료를 받는다. 재판일까지.
임상심리학자들을 만나면서 아이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아이의 대사 속에서 유추해 보면 한 명이 아닌 두어 명의 상담자를 만나고, 성별도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듯했다. 임상심리학자들은 아이를 관찰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3화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
4화에서는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이 어떠한 일상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데, 그 일상은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이어서 200퍼센트 공감이 되었다.
재판이 선고되기 전임에도 동네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고, SNS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얼굴과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족들은 고통 속에 살아간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 위해 가족들은 부단히 애쓰지만, 그 노력은 지나가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와 시선 하나로 모두 무너져버린다.
부모 됨과 아이를 기른다는 것의 의미를 부지런히 고민하게 한 영화다.
사춘기 아이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위험하고, 생각보다 고립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꼈다.
날 선 칼 위에 올라선 듯한 그들의 말과 생각이 몹시 위태로워 보였음에도, 이 드라마 속 어른들의 모습은 참으로 무기력했다.
어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이 사회가 문제인 걸까?
위태로운 그들 만의 세상과 언어로 그들만의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문제인 걸까?
마지막 화에서 엄마가 눈물 흘리며 조용히 말한다.
"우리가 좀 더 알아야 했어. 우리가 뭔가를 좀 더 했어야 했어."
내가 자란 시절과는 급격하게 다른 모습으로 달라진 세상에 내 아이가 산다.
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여기 이곳과 눈에만 보이고 손에는 잡히지 않는 인터넷 세상 두 곳이다.
어른들에게는 이러한 두 세상이 명확한 경계가 있겠지만 (우리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알고 있으므로) 태어났을 때부터 인터넷을 끼고 살아온 아이들에게는 그 경계라는 것이 존재할까 싶다.
아이들이 주로 찾는 그들의 인터넷 세계는 스냅챗,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소재)
그 안에서 아이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한다.
게시물을 올리고 안 올리고는 중요하지 않다. 댓글로 보이고, '좋아요' 표시로 드러나는 아이들의 세계는 내게 큰 충격이었다. 그 세계에서 어떤 취급(?)을 받느냐가 현실에서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이 몸싸움이 일어나면 말리는 아이는 거의 없고, 각자의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기 바쁘다.
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비속어를 섞어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아이는 인기가 많아진다. (소위 말빨 좋은 아이)
학교에 경찰이 와도 위축되기는커녕 귀찮고 멍청한 존재로 취급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라게 된 것일까?
어른이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 더 이상 어른이 아니다.
학교는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우는 곳이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을 나와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는 곳.. 그뿐이다.
친구는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일까?
한걸음 물러나고 아이를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하는 중학생 시기.
영화를 보고 정말 그러한지 의문이 든다.
가장 혼란스럽고, 가장 위태로운 시기라면 최소한의 어른인 부모와 교사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관찰'이라도 해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최소한 그 경계를 넘어가려는 아이들을 붙들어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모든 어른이 보기를 추천하는 드라마다.
모두가 한 번은 고민해야 하는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