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의 미학

우짜이, 승리의 호흡

by 밤 비행이 좋아



호흡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선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 살기 위해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 보내는 과정.

지구상에 호흡하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다. 나는 '호흡'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초등학교 과학시간, 수조 속에 들어 있던 부레옥잠이 떠오른다. 부레옥잠은 주로 연못 표면에 떠 있는 식물의 일종인데 불룩한 자루처럼 생겼다. 자루 안은 공기로 가득 차 있어 부레옥잠은 연못에 떠 있을 수 있다. 수업시간, 우리는 부레옥잠 단면을 잘라 공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물속에 넣어 손으로 짜며 공기 기포가 올라가는 걸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의 실체를 내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실험이 끝나고 나서도 초등학교 악동 녀석들은 멀쩡한 부레옥잠을 손가락으로 짓이겨 가며 기포가 방울방울 떠오르길 기다리곤 했다. 살아있다는, 호흡하고 있다는 그 신호 말이다. 기포가 떠오르면 쪼그라든 부레옥잠은 수조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부레옥잠을 통해 호흡의 존재를 간단히 확인했지만 호흡이 이뤄지는 과정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코나 입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 기관과 근육들이 움직이며 이는 놀랍도록 복잡하다. 들이마시는 숨에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고 폐가 부풀어 오르며 늑골(갈비뼈)이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에너지로 온 몸이 진동한다.





요가에 입문하였다면 가장 먼저 호흡을 배울 것이다. 호흡은 움직임과 닿아있다. 미세한 움직임부터 커다란 움직임까지 전부 호흡으로 인해 시작된다. 마이솔 클래스 첫날, 스승님께서는 철수가 있는 방으로 나를 데려가 호흡에 대해 설명하셨다. 철수는 요가원에 있는 전신 해골 모형이다.


... 요가는 횡격막 호흡을 해요... 경추 7개, 흉추 12개, 요추 5개가 있어요. 이렇게 늑골이 연결되어 있고(12개입니다) 횡격막은 12번째 갈비뼈 아래에 위치해 있어요. 바로 이 횡격막을 통한 호흡을 해야 하는데 여기와 여기가 부풀고, 등까지(견갑골 쪽) 부풀어야 해요...
아~네... (아니 등이 부푼다고?)


수련실로 돌아와 갈비뼈에 손을 얹고 횡격막 호흡을 시도하길 몇 차례, 상당한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며 수련에 돌입했고 수리야 A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횡격막 호흡을 잊어버렸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잘못된 호흡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신체가 망가져 있다고 한다. 숨 쉴 때마다 어깨가 들썩인다던가, 가슴이 오르내린다던가, 상체를 잔뜩 구부린 채로 폐가 부풀 새도 없이 가늘고 얕게 내뱉는 다던가. 남의 얘기 같지만 가만히 주변 사람을 관찰해 보면 생각보다 개성 가득한 호흡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호흡만 제대로 해도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 – 거북목 증후군, 어깨 말림 현상, 디스크, 복부비만 등 – 이 개선될 수 있다. 요가 호흡은 흉식호흡도 복식호흡도 아닌 횡격막을 통한 호흡이다. 과학시간에 들어봤던 바로 그 횡격막 말이다. 요가에서 하는 횡격막 호흡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들숨에 횡격막이 내려가 갈비뼈가 부풀고 날숨엔 작아지며 배꼽의 반다를 등 뒤로 끌어당겨 단단하게 만든다.


말이 쉽지 실제론 아무리 의식적으로 횡격막에 숨을 넣으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특히 수련할 때. 이미 몸에 익어버린 호흡이 아닌 생소한 호흡을 동작과 함께 한다고 생각해 봐라. 호흡에 신경을 써도 수련을 하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져 횡격막은 물론 내가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데 종종 힘든 나머지 미친 듯이 복식호흡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할 때가 있다. 배가 마치 부레옥잠처럼 불룩하게 나와있어 서둘러 배에 힘을 주고 집어넣기도 한다. 순서를 생각하다가 호흡을 놓치고, 무릎 뒤 오금과 종아리를 통해 퍼지는 찌르르한 고통에 턱 – 숨을 멈추기도 한다. 고통을 줄여보겠다고 숨을 멈추지만 사실 숨을 멈추면 근육이 경직되어 더 아플 뿐이다.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 깊게 호흡하는 것이다. 아플수록 더 크고 깊게.





수련을 시작하지 두 달째에 접어든 지금, 올바른 호흡 덕분에 등분절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뱃살이 줄었으며 일자목이 교정되었다...라고 이야기한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커피를 끊을 수 있다고 선언하는 것과 맞먹는 거짓말이다. 잘못된 호흡을 교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인데 다만, 나는 매일 호흡의 아름다움을 보고있다.


뜬금없지만 갑자기 발레 이야기로 넘어간다. 요가 지도자 수업에서 배우고 있는 해부학 기초는 상당히 인상 깊다. 뼈의 구조, 근육의 쓰임에 대해 알아갈수록 발레든 요가든 몸의 쓰임이 같다는 걸 알게 된다. 발레의 1번 포지션에서 완벽한 턴아웃을 위해 혹은 한 다리로 균형을 잡기 위해 힘을 줘야 하는 곳은 요가에서 올바른 다운독 자세 혹은 단단한 스탠딩 자세(서서하는 자세)를 위해 힘을 주는 곳과 동일하다. 특히, 두 장르 모두 호흡을 병행함으로써 신체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발레에서 팔과 상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움직임을 폴드브라(Port de bras)라고 하는데 마냥 흔들고 왔다갔다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엔 힘을 주고 어딘가엔 힘을 빼야 나오는 동작이라 어렵기만 하다. 자꾸만 흐느적거리며 탈춤을 추는 나의 팔이 안타까웠는지 당시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하셨다.


그럼 이렇게 해보세요. 숨을 들이쉬며 양 팔에 풍선을 끌어안은 것처럼 부풀렸다가 내쉴 때는 팔꿈치를 고정시키고 부드럽게 내려보세요.


봐줄 만한 폴드브라가 되었다. 그건 나의 것이 아닌 호흡의 움직임이었다. 횡격막 호흡이 자유로운 선배 수련인들의 수련을 (몰래) 훔쳐볼 때면 내가 하는 동작과 똑같은 단순한 움직임일 뿐인데 아름답다고 느끼곤 한다. 멈춰있는 전사 자세일 뿐인데 그들의 온몸에서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미세한 움직임에도 아름다워 보인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내가 본 아름다움이 호흡에서 기인된 것이구나’

누군가의 아름다운 호흡을 목격하는 건 굉장한 자극이 된다.


아직 병아리 수련생인 나는 수리야 나마스카라 A를 가장 좋아한다. 나의 호흡을 인지할 수 있는 초반 10분 말이다. 수리야 A를 5번 반복하면서 의식적으로 숨을 쉬며 다양한 종류의 감각을 느낀다. 종아리의 짜릿한 고통, 손바닥, 발바닥에 느껴지는 매트의 단단함, 부드럽게 들썩이는 갈비뼈까지 잠시 후면 있는지도 모를 감각들이다.







우짜이 호흡(승리 호흡)

완전한 호흡. 척추의 신장으로 횡격막과 늑간극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며 상복부와 흉부에서 호흡이 이뤄지며 하복부는 긴장감을 유지한다. 본인의 호흡 소리에 집중.


교호 호흡(산스크리트어: ‘나디 소다나 프라나야마')

기맥을 정화하는 호흡법. 먼저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왼쪽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쉰다. 다시 약지 손가락으로 왼쪽 콧구멍을 막고 숨을 잠시 멈췄다가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내쉰다. 반복한다.

LED 수업이 끝나고 교호 호흡을 하는데 답답함을 참고 30회 정도 차분히 교호 호흡을 진행한 후 우짜이 호흡으로 돌아오면 새삼 가볍고 맑은 호흡에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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