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생선가게

독일 일상 에세이

by 소시지

독일에서 자주 이용하던 생선가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사 먹을 것도 시켜 먹을 것도 많아서, 먹을 것에 대해

그렇게 고민하진 않았는데, 독일에서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를 둘 키우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오늘은 뭘 해 먹을까”


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방학이라도 되면 하루에 삼시 세 끼를 오롯이 해야 해서 고민이 깊어진다.

물론 학기 중이라고 고민이 없진 않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 배고파요 ” 소리가 나오면 학교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파스타나,

쌀죽 또는 감자를 조금 먹고 온 날이다. 학교에서 주는 파스타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또는 집에서 가끔 해 먹는 파스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파스타에 케첩 비슷한 맛없는 소스를

조금 뿌려서 먹는 정도라고 했다. 나라도 못 먹었을 것 같다.


독일 사람들은 음식에 대한 큰 기대가 없는 듯하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맛에 대한 큰 기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뭔가 미각을 자극할만한 맛, 한국에서 흔히 먹는 그 맛이 있다는 것에 대한 느낌이 없는 것 같다.

일단 독일 아이들이 도시락으로 싸 오는 것들을 보자면, 당근, 파프리카, 통곡물빵, 오이, 자극적이지 않은 과자 정도이다.

워낙 아침 일찍 학교를 가기 때문에 아침 도시락을 싸가고, 아침도시락을 먹는 시간이 1교시 끝나고 있다.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종류의 도시락을 싸주어야 이질감을 덜 느낄듯하여, 초반에는 늘 다른 아이들은

뭘 싸왔느냐고 물어보곤 했었다. 그중에서 오이, 당근, 등 듣기만 해도 심심하지만 몸에 좋고 자극 없는 도시락은

독일 아이들의 도시락이다. 반면 조금 달달한 것들을 싸 온 친구들은 터키나 다른 동유럽 쪽 친구들이다.

물론 학교마다 조금씩 비율이 다르지만, 반에 비율을 보자면 독일인 반 나머지는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락에서 조차 민족성이라는 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 와중, 걸어 다닐만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생선가게는 정말 나에게는 가뭄의 단비였다.

그렇지만, 이 가게에서 생선을 사는 것도 처음엔 만만치 않았다. 우선 생선가게에 일하시는 분들은

영어를 아예 못하신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는 생물보다는 늘 포장된 것을 사다 보니,

오징어, 돔, 가자미, 아귀, 연어 정도는 눈에 익은데 다른 생선은 정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징어가 어디냐, 돔이 어디냐 싶어 조금 비싸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는 생선을 먹었다.

독일에 온 지 약 1년 만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창 생선가게를 이용하던 중,

이 생선가게가 그만 문을 닫았다.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물론 나만 몰랐던 것일 것이다.


“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생선가게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고,

가계 세는 나날이 올라, 더 이상 이 가게를 지속할 수가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


그리고 굳게 닫힌 문 앞에는 쓰인 글귀에 충격을 받은 건 아마 나뿐이었을 듯하다.

아무도 몰랐던 소리 없는 나의 충격과 공포.


“뭘 해 먹여야 하나, 도대체 ….”


그렇게 소리 없는 나의 충격은 뒤로한 채 시간은 흘러, 6개월 이상 흐른 듯했다.

생선가게가 없어진 상황에 익숙해진 나는 조금 먼 곳을 떨어져 걷다가,

그 생선 가게 앞에 있던 사람들과 독일 길거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나름의 풍선 장식이 보여 홀린 듯이 그 생선가게 앞으로 가 보았다.

이럴 수가… 소리 없는 나만의 기쁨과 환희가 시작이 되었다.

생선가게가 다른 주인으로 재 오픈을 하게 된 것이었다.

뭐라고 이 맘을 표현해야 하나, 가게 주인에게 너무 기다렸다고

예상치 못한 선물이라고 얘기라도 해야 하나 싶어 5분을 서성였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혼자만의 흐뭇함을 간직한 채 천천히 그 자리를 떴다.

좀 더 다양한 생선을 알아보고 싶은 맘에 사진도 찍어 엄마에게 보냈다.

엄마는 사진을 보더니 저 기다란 것은 대구 아니냐며, 대구매운탕을

끓여 먹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 아 독일에서 매운탕이라니… ”

한국처럼 시원한 무는 없겠지만, 나름 무 비슷한 거를 사서 끓여 보려고

생각이 앞섰다. 대구가 아닐 수 있으니, 좀 더 철저하게 알아보고 가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콩나물도 없고, 쑥갓도 없지만,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으니 우선, 환율이 올라 두 마리에 7만원이 넘는,

오징어를 좀 사다 볶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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