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상에세이
우리 단지에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본인처럼 키도 크고 아주 훤칠하게 생긴 개를 매일 산책시키는 시크한 겉모습에,
스몰토크를 시작하며 환하게 잇몸과 이를 드러내며 웃는 순간 그만 빙구 같인 순한 인상에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웃어버리게 되는 리노아빠
독일사람답지 않게 주말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우리 집 공식 말썽꾸러기, 줄임말 말꾸 소리를 듣는 2층에 사는 바스티안
자기도 무척이나 키가 작으면서 나한테 아들보다 이제 작아졌다며, 진실의 입으로 가끔 나를 당황케 하는 담네 아저씨
커튼을 절대 활짝 열지 않는 독일 사람들 속에서, 유일하게 우리 집처럼 볼 테면 보라지라는 심정으로 네덜란드에서 온 스벤네 ,
그리고 아이들 셋과 살면서 절대 패션감각을 잃지 않는 제니네,
볼 때마다 조깅옷차림을 하고 늘 조깅과 함께 사시는 조깅 부부 제인네
강아지 산책을 직업으로 하고 계시고 그리고 우리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녀
한 학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키는 두 배만큼 커서 대체 뭘 먹고 다니냐를 가끔 물어보는 밥네 엄마 등
대부분은 오며 가며 스몰토크와 정기적 단지 모임등으로 알게 된 좋은 이웃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미안함에 내가 인사를 건네기가 주저되는 이웃이 한 명 있다.
하루는 바스티안하고 함께 있는 덩치 크고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바스티안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집으로 걸어오게 되고, 그 아저씨와는 하이 정도만 했는데,
그다음 날도 이분을 만나게 되었다. 하이 정도로 인사를 했고, 아저씨는 내게 독일말로 스몰토크를 하셨다.
내가 독일말을 당연히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신 듯했다.
난 이분을 자주 마주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고, 대부분 친하지 않은 스몰토크는 날씨나 인사 정도여서
그냥 웃고 지나쳐 버렸다.
자주 볼 것 같은 이웃들한테는 나는 독일어를 못하고, 영어로만 소통이 가능하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 당시의 생각은 이 아저씨를 뭐 그렇게 자주 볼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의식적이지는 않았으나 사람이 좋아 보이니 그냥 좀 편하게 대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지금생각하면 후회가 되는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적인 가벼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ㅜ
그런데 문제는 나갈 때마다 이 아저씨를 계속 마주치게 되는 것이었다.
반가움이 더해져 스몰토크가 조금씩 길어지더니, 결국엔 나에게 질문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때라도 난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서 그냥 또 그렇게 상황이 모면이 되었다.
죄책감은 점점 올라오고, 시기는 놓쳤고,
왜 그렇게 자주 마주치는지 ㅜ
이제 멀리서 아저씨를 보면 불편함에 피해 다니는 지경까지 되었다.
그러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이제는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구나, 불편함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구나 맘을 먹게 되었다.
아저씨를 우연히 만나길 기다리던 중,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맘 먹고 정중히 인사도 하고 독일어로 물어보는 질문에 눈을 질끈 감고 말씀 드렸다.
미안하다, 난 독일어를 못해, 영어만 해라고 짧은 독일어로 말씀드렸다.
모르겠다. 그 아저씨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영어로 소통이 잘 안 되시는지 아저씨는 그때부터 나에게 말을 시키지 않는다.
그냥 하이만 해도 맘이 편할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우리는 지나친다.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낼 순 없지만, 명백한 내 실수로 생긴 이관계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이 나이에 독일어 배우기는 정말 싫은데..ㅜ 라고 생각하는 아이 같은 내 맘에 생기는 균열을
다시 한번 무시하고 덮어본다.
미안해요 아저씨.. 고의는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