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사라진 날

독일 일상 에세이

by 소시지

딸이 세시에 학교여행에서 돌아온다는 문자가 왔다. 지금은 김나지움 2학년(한국나이로 6학년 ) 재학 중인 딸은 월요일부터 학교에서 가는 수학여행 중이다. 생애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진 날이기도 하고, 독일 3년 차에 드디어 학교수학여행에 참여했다.


독일에서는 초등 4학년이 학년의 마지막이어서, 중학교로 옮기기 전에 수학여행을 가는데, 그때는 영 독일어도 잘 되지 않는 아이를 긴 여행으로 몰아넣는 건 너무 가혹한 듯하여 선생님께 이야기를 하고 하지 않기로 결정을 했었다.


그런 딸이 이번에는 새 학교에서 1년 된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처음 겪는 일에 어리둥절한 건 딸이 아닌 나인 것 같다. 한 번도 떨어져 있어보지 않았던 딸이 눈앞에 사라지니, 당황스럽다.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빈자리가 생긴 기분이 퍽이나 이상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눈에 선한 딸아이를 머릿속으로 더듬었다.

나는 잡초처럼 자랐어도, 딸아이는 꽃처럼 키우고 싶었다. 나는 내가 사랑을 주고 키운 줄 알았더니, 내 머릿속에는 딸아이가 나에게 준 사랑의 증표들만 가득하다, 엄마 사랑해라고 쓰여있는 모든 그 아이의 자취들 하루에도 몇 개씩 나에게 준 그 아이가 만들 편지들과 물건들이 지금도 눈에 계속 보인다.



엄마 이거 가져, 엄마 요거 가져, 엄마 선물이야, 등 본인이 만든 모든 소중한 물건들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받던 그 물건들이 딸이 눈앞에서 없어지고 나니 나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은 없어지고, 반짝이던 태양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자식들이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그 경험은 얼마나 소중한지, 그저 어미새에게 입을 벌리고 맹목적으로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들 그 모습, 엄마라고 부르는 그 엄마가 그 아이에게는 세상의 전부라는 느낌으로 받아 들 질 때도 있어서, 내가 참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우쭐거려지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들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딸이 눈앞에서 사라진 이 순간, 난 안다 수없이 내 품에 안기던 너의 사랑이 날 살리고 있었다는 것을 날 안아 살린 건 바로 너라는 존재라는 거


처음 엄마품을 떠나 어떻게 있을지, 독일애들 틈 바구니에서 따스한 쌀밥 대신 삼시세끼 빵과 감자를 먹으며 어찌 견디고 있을지 눈에 밟힌다. 함부르크에서 4~5시간 거리의 여행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멀미도 많이 하는 너인데..


걱정하는 사이 시간은 가고 오늘이 결국 왔다. 환한 얼굴로 꼬옥 안아줘야지 사느라고 견디느라고 수고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꼬옥 안기겠지, 고생했다고 응석을 부리려나, 아님 의외로 너무 재미있었다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해주려나. 독일에 온 지 오랜만에 기대되는 하루가 지나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독일 일상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