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팥 Jul 23. 2021

두 번째 수업

서창마을어울림센터 엄마의 글쓰기 1기

"내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엄마들이, 자신 이야기를,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고 싶었는 것이. 아이들 틈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그녀들이 무더운 여름 더위를 뚫고 한 곳에 모여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걷기를 좋아했다는 한 엄마는 인천 둘레길 완주를 곧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어요. 그녀의 여유를 부러워하는 어느 엄마는 오롯이 자신의 시간이라도 가져보고픈 소망이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아이 둘을 돌보는 바쁜 와중에도 도서관에 들러 읽을만한 책을 고르는 것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지요.


각기 다른 생활환경에서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조금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보통 엄마들은 삼삼 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면 내 얘길 많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코로나라는 새로운 장벽이 우리 앞을 막아섰고, 그것은 곧 엄마 세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죠. 각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게 되고 또 다른 아이들과의 접촉을 서로를 위해 망설이게 되다 보니, 서로 만나 예전처럼 수다를 떠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을 것도 같았습니다.


또, 한 동네에 살면서 이런저런 일로 만나거나 스치기는 해도 아이와 겪는 일상의 문제나 자신의 고민거리를 쉽게 털어놀 수 없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타인이 내 문제에 대해 너무 요모모 알고 있는 것도 참 난감한 일이잖아요. 나를 온전히 다 보여준다는 부담감과 수치심, 걱정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두 번째 수업에서는 그래서 엄마들이 자신이 가진 감정을 단어로 표현해보고 그 단어들을 서로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걷기, 동화책, 메모라는 단어도 있었고 학원비, 휴식, 독서라는 단어도 있었죠. 어쩌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그 단어들이 한데 엉켜 복잡한 엄마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도 같았습니다. 삶은 참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도요.


엄마들은 이렇게 자신이 표현했던 단어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자신의 최종 글감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한번 결심해 보았죠. 나만의 에세이를 써보자!라고요. 거창한 글이 나오지 않으면 어떤가요? 이렇게 자신만의 글감을 찾아내고 마음을 적어 본 것만으로도 큰 울림이 있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한걸요.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