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엄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고 싶었는 것이. 아이들 틈에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그녀들이 무더운 여름 더위를 뚫고 한 곳에 모여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걷기를 좋아했다는 한 엄마는 인천 둘레길 완주를 곧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어요. 그녀의 여유를 부러워하는 어느 엄마는 오롯이 자신의 시간이라도 가져보고픈 소망이 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아이 둘을 돌보는 바쁜 와중에도 도서관에 들러 읽을만한 책을 고르는 것이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했지요.
각기 다른 생활환경에서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조금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보통 엄마들은 삼삼 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 마련인데, 그러다 보면 내 얘길 많이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코로나라는 새로운 장벽이 우리 앞을 막아섰고, 그것은 곧 엄마 세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죠. 각자 집에서 가정보육을 하게 되고 또 다른 아이들과의 접촉을 서로를 위해 망설이게 되다 보니, 서로 만나 예전처럼 수다를 떠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을 것도 같았습니다.
또, 한 동네에 살면서 이런저런 일로 만나거나 스치기는 해도 아이와 겪는 일상의 문제나 자신의 고민거리를 쉽게 털어놀 수 없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타인이 내 문제에 대해 너무 요모조모 알고 있는 것도 참 난감한 일이잖아요. 나를 온전히 다 보여준다는 부담감과 수치심, 걱정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두 번째 수업에서는 그래서 엄마들이 자신이 가진 감정을 단어로 표현해보고 그 단어들을 서로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걷기, 동화책, 메모라는 단어도 있었고 학원비, 휴식, 독서라는 단어도 있었죠. 어쩌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그 단어들이 한데 엉켜 복잡한 엄마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도 같았습니다. 삶은 참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도요.
엄마들은 이렇게 자신이 표현했던 단어들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자신의 최종 글감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한번 결심해 보았죠. 나만의 에세이를 써보자!라고요. 거창한 글이 나오지 않으면 어떤가요? 이렇게 자신만의 글감을 찾아내고 마음을 적어 본 것만으로도 큰 울림이 있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