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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Dec 17. 2021

싸움의 격에 대하여

마음을 안아주는 생각들

아끼던 후배 두 명이 있었다. 내가 이전 직장을 퇴사하며 두 명의 자리를 단단히 만들어주고 나오려 노력을 했지만, 나의 퇴사 이후 상황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둘의 다툼에 관한 이야기가 한 번 두 번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큰 일로 번져있었다. 나 또한 내 일로 정신이 없었기에 둘의 싸움을 말릴 여유가 없었다. 결국 들려온 이야기로는 한 명이 사표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했다.


마음이 착잡했다. 내 일도 아닌데 웬 오지랖인가 하겠지만 10년 가까이 보아오던, 함께 직장에 입사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 모습을 보았던 후배들이었기에, 그 경조사에 나도 기쁘게 축하해주었던 사람들이기에 마음이 란했다.


한 명은 강하고 외향적인 성향이지만 시원시원한 성격 탓에 함께 일을 하기가 수월했던 후배였다. 그러나 가끔은 그 정도가 지나쳐 걱정이 되는 일도 몇 번 있긴 했다. 다른 한 명은 내성적이고 답답한 성격을 지녔지만 우직하고 정직한 탓에 믿음이 가는 사람이지만 그 고집이 가끔은 상대를 답답하게 만드는 단점도 있었다.


그러니, 그 둘이 부딪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투며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기에 퇴사를 결심했을까. 한때는 서로를 위하기도 했던 날들이 있었는데. 우린 함께 즐겁던 추억도 많았는데.

떠나기로 다짐한 쪽은 시원한 성격의 후배였다. 답답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전화를 해 말리고는 싶었지만 어찌하리. 건너 들은 이야기를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누구한테 들었는데 너 나간다며?라고 가벼운 이야기처럼 말을 건넬 수는 없다.


답답한 성격의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 나와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라 조심스레 괜찮은지 물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펑펑 울며 마음을 추스르질 못했다. 마흔이 다 된 어른이 이렇게 울 일이 뭐가 있으랴. 참 얄궂은 게 사람 마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 이런저런 일들, 그래요. 다 그럴 수 있고 저도 잘못한 게 있겠죠 왜 없겠어요.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저를 뒤에 두고 들으라는 듯 다른 직원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고 하는 그 태도가 참 저는 못 견디게 힘들어요."


후배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 가장 많은 상처를 주었던 K라는 사람이 퇴사를 앞두고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다른 직원들과 웃고 떠들던 그 모습이. 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그 사람 앞에서 작아져야만 했고 그는 퇴사하며 끝까지 그렇게 상대를 짓이기고 나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지.


싸움에도 격이 있단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래도 불법을 저질렀는가, 사람을 죽였는가. 그 일이 아니라면 인격적인 테두리 안에서 서로를 대해야 한다는. 화가 나 죽겠는데 인격이니 나발이니 뭐가 필요하냐 하겠지만,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인격. 우린 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미움과 원망으로 눈이 멀었어도 끝까지 예의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내 격을 내가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둘의 잘못을 떠나 끝내 격을 지키지 못한 후배가 저 멀리 내 마음을 떠나고 있었다. 그와 함께 했던 추억과 함께. 마음이 쓰라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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