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받아들이는 정도
사람이 어려운 일을 겪으면 타인들과 나의 거리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굳이 이유를 물어, 굳이 시간과 감정을 들여 걱정을 해주는 사람이 있고,
굳이 그 슬픔을 함께 두배로 느껴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어떤 면에서 그건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그럴수록 더 의연하게 처신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가 잘 견뎌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남'의 존재는 그러하다.
그 온도차이.
내가 겪는 상황이나 감정적 어려움은 어떤 반사판이나 방패가 있는 듯이 스쳐지나간다.
'남'의 존재는 그렇게 공동분모로써 도모할 수 있는 부분만을 취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살얼음이 느껴질 정도로 무심하거나 차갑다.
어쩔 수 없는 남의 존재를 수용하는 상황 덕분에
억지로 감정을 꾸며내서 힘을 내는 부분이 또 긍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사람은 직접 겪어보기 전엔 알지 못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상황에 모든 사람에게 공감하고 산다면 너무 피곤해서 살 수가 없을 지경이 된다는 걸 나도 직접 겪어 알고 있으니까.
현명하게 사람을 가려 처신을 해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