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많고 나는 느리게 읽는다
어린시절 기억이 그리 많지 않지만
글을 읽을 줄 알게 된 후부터는 늘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기억력이 상당히 좋지 않은 내가 초등학교 도서관 서가에 내가 좋아하던 책들이 어느 칸에 있었는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걸 보면 꽤나 많이 훑어봤기 때문이겠지.
그때부터 도서관에서 랜덤으로 책을 골라읽는 버릇이 있던 것 같다.
1학년 때인지 2학년 때인지 연간 읽은 권수는 65권 정도 였다. 지금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던 기억은 있는데, 다른 기억은 없다.
엄마 말씀으로는 책을 사달라고 졸라서 사주면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홀랑 다 읽어버리곤 했다고 하셨다.
만화책를 그렇게 많이 본 중고딩때도 친구들의 기억에 의하면 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내 기억엔 없지만 그랬나보다.
내가 언어영역 공부를 그렇게 했다며 그게 너무 신기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정작 나는 내가 그랬던가 싶지만
만화책 한권도 한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지금도 책을 읽는 속도는 꽤나 느리고,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와 그 문장에 쓰인 의도와 뉘앙스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종종 의식 상에서는 전혀 모르는 단어를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브런치 일기를 이렇게 두서없이 쓰는 것과는 또 다르달까.
작년 말부터는 책을 더더욱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사실 전공서를 읽어야할때는 전공서 몇권에 소설 몇권 이렇게 보상심리로 읽었었다.
올해부터 아마 또 그렇게 되겠지.
출퇴근 길에 짬짬히 읽고, 걷는 시간에 틈틈히 윌라를 듣는다.
그렇게 읽어도 이 세상의 책들의 손톱만큼도 읽지 못하겠지만,
책이란 읽을 준비가 되었을때, 내게 오는 선물 같은 것이랄까
그리고 초등학생 때부터 몇년에 한번씩 꼭 반복해 읽는 책들이 있었다.
초등학때부터 데미안, 어린왕자, 파우스트와 같은 책들이다.
친구처럼 머리가 좋아서 그냥 술술 책을 읽을 수 있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지도 못할테지만
그래도 어쩐지 책을 읽는다는 건 경이롭고,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