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쓸모있어야하는 건 아니니까
별다른 이유나 쓸모가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언제부터, 왜 거기에 있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언젠가부터 거기에 있었고, 쓸모는 모르겠지만 그저 존재한다.
그건 사물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장기일 수도 있으며,
생각의 단편일 수도 있다.
그 어디에든 존재한다.
언젠가는 그 나름의 몫을 했을 수도 있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단편적으로 봤을땐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성미가 급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나같은 사람들은 그걸 당장 치워버리고 싶어하기도 한다.
언젠가 한번이라도 쓰이는 걸 보았다면 어쩐지 한번이라도 더 쓰일까 아쉬워 그냥 두겠지만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저 존재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들이 존재하는 법이다.
나의 존재가 그저 존재하기 위해서 일 뿐이며
인간 세상에서 그 존재나 쓸모를 증명해 보이는 그 모든 것들이 허사일 뿐이라는 건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니 인간의 잣대로 그 쓸모를 판정짓는게 얼마나 그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그것만큼이나 쓸모없는 짓일지.
오히려 그 쓸모없음이 그 쓸모인 경우도 있다.
아주 큰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다.
그러니 생산성이라는게 얼마나 또 우수은 짓인지 모른다.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아둥바둥 살아가며 나는 가치가 있고, 이정도의 사람이다라고 증명하는 그 모든게 그저 아무의미 없는 삽질이나 마찬가지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