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알려줘도 괜찮은 이유

다 알려주도록 하자

by Noname

타인에게 뭔가를 알려주면 자신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기술사 면접을 볼때, 나는 내 다음 타임에 면접을 보실 분들께 내가 받은 질문을 모두 알려드렸고, 그건 사실 전통이었달까.


그런데 그때 나와 같은 시간대, 그리고 오전 시간대에 면접을 보신 분들 중 불합격하신 분들께는 자신들의 불합격 요인이 나와 몇몇 기술사님들의 면접질문 누설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듯 원망섞인 말을 들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불합격하실만 해서 불합격 하셨다는 건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테고,

뭔가 탓을 할 거리가 필요했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사전에 질문을 알고 모르고는 관계가 없다.

질문의 범위가 어찌됐든 충분히 준비를 해왔고, 자신만의 통찰력이 있다면

어떤 질문을 받건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을 물어보기 때문이다.


설혹 모르는 것을 물어본다고 해도, 그 순간에 어떤 태도와 표정으로 (실무에서 그들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고객이라고 가정했을때) 그 상황을 대처하는 지도 매우 중요한 전문가의 자질 중 하나이다.


사전에 질문을 알고 대비를 하면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질문자가 원한 대답이 나오기 쉽지 않다.


질문자가 원하는 건, 특히나 전문자격을 증명하는 면접에서는

기술사라는 자격증의 업역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자문하고 컨설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보는것이기 때문이다.


즉문즉답, 그리고 대화의 페이스를 목적에 따라 의도대로 이끌어 갈 수 있는건

사전에 질문을 알고 정답만을 준비한다고 되는 역량이 아니다.


또 다른 사례로

공부를 할 때 사람들에게 자신의 답안지를 보여준다거나(서술형이고, 10점 만점 중 정답을 제외한 나머지 5점의 영역은 온갖 자신만의 경험, 신문, 논문, 전략, 컨설팅의 영역이다.) 자신의 지식을 전달한다거나 하는 것은 노력의 결정체를 그냥 통으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느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나의 멘토님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냥 다 알려주세요. 그러고나서 나는 그보다 더 잘 쓰고, 잘 대답하면 되지."


결국 내가 아는 것들을 다 풀어줌으로써 내가 나를 넘어서 더 성장하는 노력을 하면된다는 이야기다.

나의 패가 다 노출되었으니 나는 더 나은 패를 만들어야한다.

또한 맥락을 다 세세히 알려줘도 자신이 직접 형성한 지식의 결정체에 대한 깊이는 또 다른 차원이다.


그러나 실상은, 세상에 온갖 다이어트 방법들이 널려있는데도 살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고, 온갖 공부방법이 널려있는데도 공부를 하지 않고, 그저 '~ 해야지'하는 것과 같이


정답을 다 알려주고 떠먹여주어도, 그렇게 하는 사람은 10중의 한 두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 명심해야할 것은

이렇게 거만하게 말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누군가가 그런 너그러운 마음으로 알려준 소중한 지식과 경험들 덕분에 이정도 먹고 살고 있다는 것


나도 도움을 받았는데, 그걸 구태여 내꺼라고 고수할 이유가 없다.


세상의 지식도 마찬가지이고, 이 글조차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모르게 접하고, 쌓아온 타인의 온간 지혜와 경험과 심지어는 부정적인 감정마저도

그 모든게 어차피 모방의 산물이다.


그걸 내것으로 만들지 말지는 당사자에게 달려있다.


그러니 알려줘도 괜찮다.


누군가 그로인해 나를 넘어선다면,

사실 같이 공부했던 동생이 그렇게 똑똑하고, 잘하는데다 경쟁심이 커서 사실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지만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역량이다. 내가 뒤쳐진다면 내가 못한거고, 내가 부족한거다.


결국 서로 같이 가는 길이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잘 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또 없는 일이다.


당시에 너무 고맙다, 감사하다. 존경한다. 그런 말들을 듣는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

어차피 그런 분들조차도 그 당시 잠시 도움을 주고 받았던 시절인연일 뿐이라

내가 발전하지 않으면 그건 그냥 그 시점에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파문일 뿐이라.

아무 의미가 없다. 잠시 뿌듯했다가 잊어버리는 말일 뿐이란 말이지.


어차피 현실에서는 내가 발전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거다.

내가 부족했음을 받아들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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