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줘
세네갈에 있을 때 찍은 사진 중 한장을 발견했다.
내가 근무하던 띠에스라는 지역에서 서쪽으로 가면 바닷가가 있었다.
그곳엔 한국분들께서 운영하는 갈치공장이 있었다.
갈치도 얻어오고 해변을 구경하러 가서 무수한 세네갈레(세네갈인)이 고등어를 비롯한 각종 어류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언제나 신기한 동양인들에게 그들은 늘 말을 했다.
"Donne moi de l'argent."
그러면 나는 꼭 대꾸를 했다.
"Moi, aussi."
그러니까 그쪽이 돈을 달라고 하면 나도 달라고 대꾸했다는 말이다.
그 사진도 어떤 꼬마가 나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나도 돈을 달라며 쭈끄리고 앉아 손을 내미는 사진이었다.
그냥 도울때 잠깐 스스로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단편적이고 간단하고, 아주 쉽게 스스로를 선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행위다.
그러나 그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그렇게 쉽게 소모된 '자기만족성 선함' 때문이라는 것
그들은 당연히 스스로 '도움을 당연히 받아야'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고, 그렇게 쉽게 받아지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게 발전하고 스스로 계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지만
온갖 허세와 선함과 죄책감의 발로로 다녀왔던 나의 봉사활동은
애초에 그 목적이 컴퓨터를 통해서 그들이 잘 살 수 있게 돕는다는 아주 미미한 힘을 실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었다.
그러나 그때 배운건, 그냥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곳에서 최대한 발휘하자이다.
물론 언젠간 다시 돌아가서 활동을 하겠다는 꿈도 있지만
이미 경험해본 이상 허세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매우 열악했다.
아무리 좋은 곳에서 넉넉하게 먹고 자고 살아도,
그곳의 풍토병과 기후를 경험한 이상 자의식과잉은 어불성설이다.
어쨌거나 나는 늘 이런 식으로 늘 못된 사람이다.
태어날때부터 착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람들이 오해를 하면 꼭 아닌 걸 보여주고 싶어진다.
역시나 못됐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