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지 않았겠지.
겨울이 없는 나라들이 있다.
겨울이 없는 나라들은 대체로 가난하고, 대부분 어쩐지 뭔가 화가 날 정도로 느긋하고,
어쩐지 그냥 베짱이가 생각이 나서 배가 아플 지경이다.
10여년 전에 1년을 살아보고서야 알았다.
게으른게 아니라 활동하기엔 해볕이 너무 아프고, 그걸 견뎌내고 일을 하기엔 나름대로 그 기후와 환경에 적합하게 딱 먹고 살아갈만큼의 과일이나 어떤 조건들이 정말 조악하게 나마 주어진다. 겨울이 없다보니 질병도 세균도 벌레도 많다.
아니, 사실 부족하고 힘이 들지만 도무지 그 더위를 이겨내고 뭔가를 하기엔 도무지가 햇님이 사람을 꾹꾹 눌러버려서 그저 나무 그늘 아래 의자나 그늘 아래 차가운 바닥에 몸을 딱 붙이고 누워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든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움직여보아도 도무지 에어컨이 빵빵하지 않은 이상에야
축축하고, 끈끈하고, 노곤노곤해서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삶이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나라에 겨울이 없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뭔가를 이룰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겨울이다.
온갖 발효음식을 만들고, 토기며 저장소며 아궁이며 온돌이며 이불이며
다 겨울에서 비롯된다.
대부분의 지혜가 겨울을 견뎌 살아내기 위해 만들어졌지 않을까.
태양의 폭발이 점점 커지고 거대해지고,
기후 변화가 일어나서 점점 세상이 극적으로 따가워졌다가, 극적으로 얼어붙어버리고는
살아남을텐가?
심지어 여러세대가 아니라 한 세대의 생명연장을 바라보면서?
지혜가 필요할까 그래서 인공지능이 더 필요한 걸까
나는, 그래서 나의 이 겨울은 아직도 지나지 않은 걸까
아직은 충분히 지혜롭지 못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