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21 사람을 잘 다룬다는 것

물건에 취하는 말이 언제부터

by Noname

내가 지난 2년 간 들었던 말들 중 다음 말들에 늘 의문이 있었다.


첫번째는 '사람을 잘 다룬다.'라는 말이다.

두번째는 '00씨 좀 빌려도 되나.'이다.


사람을 잘 다룬다는 말을 들었던 날,

그당시 그 말씀을 하신 분은 나의 장점으로 '사람을 참 잘 다룬다.'라고 하셨다.

그렇게 때문에 비즈니스를 하기에 적합하다는 의미였다.


'다루다'


다루다(동사)
1 일거리를 처리하다. 무역 업무를 다루다.
2 어떤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하다. 중고품을 다루다.
3 기계나 기구 따위를 사용하다. 악기를 다루다.

사람에게는 사용되지 않는 말이다.

그때의 위화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에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진 않았지만, 현 직장을 다니는 내내 의문이었다.

나름 언어영역만은 1등급이었고, 책을 조금은 봐 온 나에게 매우 어색한 표현이었다.


사람을 다룰 수 있는 건가?


사람을 다룬다는 말을 바꿔 쓰면 어떻게 될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다. 정도가 되려나



'빌리다'


빌리다(동사)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남의 손을 빌려 일을 처리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성인의 말씀을 빌려 설교하다.


"00씨 좀 빌릴 수 있나?"

정중하게 나에게 우리 팀원 분의 도움을 요청한 말이었다.

이때의 위화감 역시 생생하다.

"00님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겠습니다." 하였지만 역시 어색했다.


아니 이상했다.


둘 다 물건과 같은 것들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때부터 였을까.

나는 이 조직에서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우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전 페이스북에 어떤 분께서 '회사에서의 대체 불가능한 존재'에 관한 글을 쓰셨다.

나는 댓글을 달았다.


"회사는 내보내고 싶은 부품을 대체 가능하게 만들죠.

충성같은건 아랑곳없이 듣기 좋은 소리 해줘야 대체불가한 자원 취급하는 것도 문제"


사실 듣기 좋은 소리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내 곁에 두기 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기에 현 직장을 퇴사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대체하고 싶지 않은 존재는 분명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맞는 사람인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나는 정말 사람을 잘 다루는 사람일까?

아니 나는 사람을 물건 취급하지 않는다.

사람을 대하는 데에는 스킬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진심을 담아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그 상대에게 필요한 가치를 조금이라도 제공하고자 하면 사람은 따른다.


사람은 개별의 신이라서

상대방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대하는지 잘 안다.


잠시 틀어지더라도, 그 관계에 진정성이 있다면 금새 회복이 된다.


종종 어떤 관계에서 '촉' 혹은 '위화감'이 드는 건, 그런 이유에서 이다.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위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조건적인 존경과 사랑 역시 사람의 눈을 멀게하는 색안경이다.


여튼 색안경은 눈이 아프다.

어서 벗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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