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좀 받아들여지나

기일

by Noname

그러니까 8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다.


친구들을 만나 오전부터 향수도 만들고 남대문 구경도 하고 분명히 나쁘지 않은데,


그냥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날카로웠다.


그리고 저녁 7시쯤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면 날씨가 쌀쌀 해질 테니 겉옷 챙겨서 내려와.”


아빠는 죽음의 고비를 넘어가는 그 순간에

그 가뿐 숨 속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내 말에


“응”이라고,

아무 힘겹게 내가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말을 겨우겨우 내뱉으셨다.


폐에서 겨우 짜내어진 어떤 한숨과도 같았다.


아빠가 미웠다.

삶은 의지라고 생각한다.

몇 년을 투병을 하셨으니 미안했겠지.

더는 치료제도 없고 통증도 복부에 차오른 물도 항암도 모든 게 그 모든 게 힘들었겠지.


돌아가시고 나서 이제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겨우 웃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떠난 후 내 마음은 너무도 아파서 냉소적으로 웃으며 마치 상처에 얼음찜질을 하듯


납골당에 가면 거기에 죽은 사람이 있어?

아빠 기일인데 케이크나 사갈까?


하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가며 괜찮은 척해 보여도

결국엔 결국엔


괜찮지가 않은 거다.


팔 년 만에 좀 괜찮게 아빠의 기일을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괜찮지는 않은 가 보네.


8월 들어 아빠 꿈을 많이 꿨다.

그렇게라도 모습을 봤으면


8월엔 유독 늦잠을 많이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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