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일상
매일 아침 마을버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위해 콩나물 시루처럼 실려있다.
운전기사분은 연신 '안으로 들어가주세요.', '여기서 내리실 분은 앞으로 나와주세요.'
라며 좀더 원활하게 사람들이 버스에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말씀을 해주신다.
어제 아침이었던가, 에어팟의 노이즈캔슬링이 켜져있음에도,
"네에~"하고 대답하는 굵직한 남성분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보통은 운전기사선생님의 목소리만 버스에 울려퍼지고,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휴대전화를 응시할 뿐이었는데
"네에~"하는 서너분의 연륜있는 대답소리에 새삼 반가움을 느꼈다.
거의 5년 간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을 일이 없었다.
일을 쉬었기도 하고, 지난 2년 간은 차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모습의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출퇴근을 하는지 잊고 있었다.
특히나, 일전에 출퇴근 할때는 가급적 한산하고, 가급적 직장과 거리가 가까운 곳에 월세를 살았기 때문에 마을 버스를 탈 일은 전혀 없었다.
서울에 올라온 거의 20년의 시간 동안 버스를 타는 일은 특별한 일이었다.
그래서 반대로 타는 일도 많았다.
매일 같이 같은 동네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마을버스라는 집약된 공간에 있다니
움직이는 콩나물 시루 안에 비록 휴대전화를 보느라고 정신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운전기사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다른 분들도요!
'감정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이라는 책에는 멋진 말이 인용되어 있다.
"친절하세요.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힘든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 이완 맥클라렌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마을 버스는 이전 직장이 있는 동네를 지나쳐간다.
편하게 차로 출퇴근 했던 그때, 몸은 참 편했는데 싶다가도 이런 생각이 든다.
그때 참 몸은 편했지만 하루 종일 너무도 치열하고, 전쟁 같았다.
하지만 이제,
매일 아침 마을 버스에 치열하게 올라 타, 흔들리는 대로 휩쓸리지 않기 위해 버티다보면
아침부터 진이 빠지는 날도 있지만
진이 다 빠진 서로를 보듬어주는 좋은 분들과 함께 오손도손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 말이다.
정말, 모든 것이 감사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