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룬 것 없이 죽게 될까 봐 무섭다
밑도 끝도 없이 그런 불안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노력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명치에 축구공이라도 맞은 듯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으로 이어진다.
이윽고, 지인에게 푸념한다.
지금까지 이룬 게 하나도 없어.
난 말이야,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었는데 나에겐 그럴 능력이 없어.
이미 늦은 거 같아.
나중에 시골에서 개밥이나 만들면서 살아야겠어.
사실 이런 일은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호르몬 변화에 의한 것일 뿐이라는 걸 알지만
몸에 피로도가 극에 치달을 때면
호르몬이고 뭐고 그대로 정말 인생의 끝이라도 본 사람처럼
요란스럽게 소용돌이에 빠져버린다.
알고 있다. 늦지 않았다. 노력하면 된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내가 이런 불안감과 절망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절망감과 무력감을 시뮬레이션할 때마다,
마치 그게 진짜라도 된냥, 베갯잇에 눈물을 뚝뚝 흘리지만
빠르면 내일 아침, 늦으면 내일모레쯤에는
'이룬 것이 없어 불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오늘을 딛고
'이룬 것이 없어도 괜찮은 삶'이라는 걸
그 괜찮을 삶을 내가 이미 살아내고 있다는 걸
그 온갖 번뇌 속에서 결코 '나 자신'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나'를 느껴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