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011]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믿어지지 않는다

by Noname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내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이 갖고 있는 것을 다 준다.

아까워하지도 않고,

더 주지 못해 안달이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엄마라는 이유로 나를 본인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하고,

나를 통해서 자신이 못 다 이룬 꿈을 이루려고 한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엄마인데 나를 낳자마자 버리고 떠났다.

그리고 한 번도 나를 찾지 않았다.

우리 엄마라는 말조차 수치스러워서 입에 올릴 수가 없다.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저렇게 천사 같은 우리 아빠를 두고, 다른 아저씨하고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다.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그럴 수가 있을까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내가 뱃속에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아빠도 없이 나를 키웠다.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늘 나에게 활짝 웃어주었다.


세상엔 온갖 엄마가 있다. 온갖 아빠도 있고, 온갖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고


거북이의 엄마는 알을 낳자마자

자식이 태어나든 말든 바다로 떠나버린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늑대의 엄마는 아이를 낳아서

다 클 때까지 평생 목숨을 바쳐 자식을 지킨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뻐꾸기 엄마는 자기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떨어뜨리는 짓을

수많은 세대를 거쳐 반복해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차라리 동물들의 세계에서 적어도 그 '종'의 엄마들은 일관성을 갖는다.

낳아서 애지중지 기르든,

낳고 바로 버리고 떠나든


인간이라는 종의 엄마들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그리고 우리는 '엄마'라는 역이 해야 할 역할을

각 나라의 문화와 규범에 맞게 정해놓고

그렇게 행하지 않으면 손가락질을 한다.


특히나 엄마의 살을 뜯어 태어난 자식은

냉정하게 자신의 엄마를 심판하는데


사춘기 시절이 되면

작게는 '밥 먹어라'하는 말에서부터

크게는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엄마가 되어 보고 깨닫는다.


왜 그때는 알 수 없을까.

그리고 늘 엄마를 미워하다가 엄마를 사랑하다가

엄마를 애틋해하고 가여워하게 될까


어떤 경우에서든 같을 말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엄마가 나를 낳아준 사실 자체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엄마가 나를 버리고 떠난 사실 자체에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라고 물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엄마라는 사람은 우리가 규정 지을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닐까


엄마의 존재 자체에 감사할지

엄마의 존재 자체를 증오할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내가 증오하기 위해 핑계를 찾느냐

내가 감사하기 위해 이유를 찾느냐 역시


선택의 문제이다.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엄마를 한 명의 사람으로 볼 수 있을 때,


나 역시 나를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하고,

엄마에 대한 태도를 선택하듯

나 자신에 대한 태도 역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우리를 품고 있는 이 지구에게


왜 그래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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