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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397 걸림없는 사이

타노스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

by Noname

오늘 "인피니티워"를 다 봤다.

어제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왔다.


두개를 동시에 보자니 더더욱 타노스의 팬이 되었다. 타노스 예찬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어제 영화를 보는데, 내 옆자리에 두명의 청년이 앉았다.

이어폰이 없어 그들의 대화가 내 귀에 쏙쏙 들어왔다.


한명은 23살이고, 그 영화관에서 알바를 마치고 옆에 앉은 남자 사람 동생과 영화를 보고 왔다.

둘은 오랜만에 만난 사이인데, 무뚝뚝하게 대답만 하는 동생에게 형은 '너 안 본 사이에 많이 흑화 된거 같아.'라고 하며 연신 이거 먹어라, 저건 어떠냐, 자리는 괜찮냐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처음엔 사귀는 사이인가 했다.


영화가 끝나고, 형은 "와.. 영상미가 좋네. 그거 아니었으면. 일본인 친구가 추천해준건데 나한테 왜 추천해준거지?"하며 많은 말을 늘어놓았다.


영상미는 다른 지브리 작품들보다 많이 고전적이었다.

23살의 청년들이 보기엔 오래된 수묵담채화를 보는 느낌이 아닐까 싶었는데, 꽤 마음에 든걸까.

어쨌거나 듣고 있는 내내 불편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상대방을 끊임없이 신경쓰는 사람이라서 그런가보다.

뭐 그렇게까지 옆에 있는 상대방을 신경써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까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될텐데.

에너지 분배의 문제이다.


함께 있어도 걸림이 없는 사람이 있다.

공기 같이 그저 자연스러운 존재가 있다.

내가 나로 있어도 되는 존재, 내 신경이나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는 존재


그런 자연스러운 존재와 같은 공간에 있어본 건 몇번 되지 않는다.

세네갈로 떠나기전 국내 교육을 받을 때 룸메이트 언니가 그랬고, 그가 그랬다.

다 오래된 사람들이네


그건 처음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 지속되는 시공간을 초월한 합일의 기억이다.

너와 내가 없이 우리로 걸림이 없이 존재한다.


그 상태에서 점점 알아가다보니 기대에도 없던 사소한 부분들이 닮아있는


언젠가 한번 언급한 서로를 만나기 위해 닮아온 관계


영화가 끝나고 혼자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걸림이 많은 사이는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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