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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Jan 17. 2024

마흔-326 나도 어쩔 수 없는 충남사람

무의식 중에 스며든 말하기 방식 

요즘 쿠팡플레이에서 임시완씨가 나오는 '소년시대'라는 드라마가 인기였었나보다. 


내가 충남사람이기도 하고, 그래서 주변 친구들도 그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꽤나 직설적이고, 곧이곧대로 듣는 스타일이라서 

가족들, 특히 엄마의 화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령 "명절에는 차가 막히고, 오려면 힘드니까 오지마러..."하시면 "네."하고 내려가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이런 식이다. 

그걸 30대가 되고 나서야 진심으로 오지말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최근 유투브에 충청도 출신 연예인 분들이 나와 '충청도식 화법'이야기를 하는걸 몇개 보았다. 


대표적으로 

거절 세번은 기본이라 꼭 세번이상 물어봐줘야하는것

약속을 확실히 정하지 않고 밍기적 거리며 대답을 회피하는 것 

그리고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이른바 돌려까기 


나는 그러지 않는 줄 알았는데 

지금쯤 되니까 누군가 배려하고, 소중히 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바라는 걸 직접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겨버렸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람들을 대할때, 특히나 불편한 상황에서 '돌려말하기'라는 무의식 중에 배운 스킬이 꽤나 유용하게 쓰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말한다는게 '돌려까기'가 된 적도 꽤나 있었다는 것 


돌아가신 아빠는 꽤나 유머러스하셨다. 충청도 아저씨들은 대체로그렇다. 

능청스럽고, 재밌다. 


그렇게 능구렁이처럼 구니까 대체로 여자분들이 대차지는 경우랄까. 


큰이모는 "어휴, 충청도 남자들 답답해서 안 돼."라고는 하셨지만 

그 답답함이 참 여유로운 마음 가짐이며 때로는 상대방에게 바로 비수를 꽂지는 못하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잔재주랄까.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써먹자면 비열한게 되기도 하고 


어쨌든, 나 역시 종종 꽈배기를 백만개 먹은 사람처럼 말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욕만 안했지. 욕이나 마찬가지다. 


직설적이고 투명해서 꽈배기처럼 뒤틀린 심사가 나오는 걸 충청도사람이라는 핑계를 대는 걸지도 모르지만. 


얼마전 만난 기술사님은 자제분이 고등학생이었는데, 개포동으로 맹모삼천지교를 하셨더랬다. 


나는 상아삼천지교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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