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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Feb 04. 2024

마흔-309 자기 사랑을 어떻게 하냐구요?

나도 이제야 좀 MECE하게 날 사랑해.

에반게리온 TV판 마지막화를 보면 

신지에게 사람들이 한명씩 나와 이 세상이 그저 연극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는 안노 히데아키 감독님께서 나타나 현실의 모습들, 

신지를 창조한 현실의 세계를 날것의 모습으로 모여준다. 


그리고 안노 히데아키 감독님을 창조한 또다른 세상은?


이것을 불교에서는 '참나'라고 한다. 

'참나'의 입장에서 자신을 '인지-판단-제어'하는 것이 바로 득도의 경지이다. 


다양한 감정과 마음들이 복작이는 '나'라는 존재를 가장 그 존재의 본질에 맞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참나의 역할이다. 

물론 그 본질이라는 것은 우주의 섭리에 의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그것까진 모르겠다. 


자율주행자동차나 로봇의 매커니즘을 설계할 때의 기준이 바로 '인지-판단-제어'이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그것을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차를 둘러싼 내부와 외부의 세계를 '인지'하고, '판단'하여 적절하게 '제어'한다. 


마흔까지 천일의 기록 중 초반에 쓴 내용이 바로 그러한 내용이다. 

나라는 몸을 갖기 위해서 나의 영혼, 즉 참나가 열심히 노력했을지 모르고, 

그렇게 염원하여 얻은 이 몸과 이 마음을 운전 미숙으로 이리저리 방황을 하는 거다. 


참나의 입장에서는 하나씩 하나씩 부지런히 부딪히고, 깨지고, 깨닫고, 나아가는 그 모든 모습이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겠지. 


스무살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를 키웠다면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나 자신을 키운다. 


무리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명확하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물리적, 감정적, 정신적, 영적 차원에서 한계를 짓지는 않지만 

현재의 능력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친구는 늘 말했다. 

"나는 사랑이 없어서, 사랑을 많이 받아야하는 사람이야."


그건 네가 네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이

집착으로 애쓰며 빨리 편안해지고자 하는 욕심으로 이성의 잣대만 들이 대기 때문에 그런거야. 


결국은 어디서나 말하듯 '자기자신을 사랑해야해.'


"그걸 모르겠어."



너의 아들을 바라보듯이, 너의 아들에게 대하듯이 


나 자신을 키운다고 생각해. 내가 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서서히 분리해 내야해. 내 안에 존재하는 108가지의 감정이라는 또다른 나의 존재들을 지켜보고, 보듬고, 인정해주고, 다스릴 줄 아는 '배경자아'가 될 수 있어야해. 


그러려면 그 모든 감정들의 느낌과 발현되는 상황과 주로 쓰는 행동패턴들을 분석해내야해.


그런데 이게 종이 한장 차이라서 


나의 경험, 부모의 경험, 이전 세대들의 경험을 다 꺼내어 펼치지 않아도 


한순간에 간파할 수도 있어. 

그런데 그런 방법들은 말로써 표현할 수가 없어. 



우리 같은 머리형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차단한 심장의 영역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머리로 분석해내던 20대와 

육체과 심장을 연결하는 작업을 했던 30대 중반과 


지금 현재. 


친구는 내게 말했다. 


너는 지난 1년 반 사이 또 더 멀리, 저 멀리 간 느낌이야. 정말 너는 치열했구나. 

너는 정말 훌륭해서, 적어도 너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할텐데,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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