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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Apr 12. 2024

마흔-241 너무 아쉬운게 없어보여요

아쉬워야하나?

대학원 에쎄이를 친한 기술사님께서 봐주시면서 


"뭔가... 되게... 아쉬운게 없어보여요. 굳이 여기가 아니라도 괜찮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 그쵸, 되면 가는 거고 아니면 마는 마음으로 썼으니까요. 


대학원에 가는데 우수한 느낌이 들 수록 좋은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고, '당위성'에 집중해서 처음부터 다시 써내려갔다. 쓰다보니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지만 내게 필요한 일이라면 되겠지. 


역시 두세번 우려낸 차가 깊고, 풍부한 맛을 내듯 


문서도 한 번 날려먹어야 더 체계적으로 쓸 수 있달까. 

(물론 상급자에게 보여주는 문서는 다르다. 대체로 상급자가 정해 놓은 방향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초안을 보여주고 맞춰가는게 유리하다.)


그러고보면 모든 면에서 '아쉬울게 없는' 포지션으로 살았다. 

가진 것도 없는데 왜 그런 포지션일까?


"나를 놓치면 그쪽에 손해."라는 생각이 강한 편이었다. 

오만방자하다. 


이 점은 놀랍게도 사회초년생 시절 면접을 볼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사님은 '그런 자기소개서를 보면 궁금해서 면접을 보게 돼요. 정말로 그런 사람인지 아닌지 너무 궁금해지거든."라고 하셨다. 


실제로 나를 불러다가 대화를 나누고, 삶에 촉매제가 되었다며 감사하다고 하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몇몇 계셨다. 그러나 함께 하기엔 부담스러운거지. 


구직면접은 연애와 같다. 

아쉬울게 없는 포지션의 사람을 감당하고, 인정하고, 그런 사람을 포용하여 리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취급'하고, 그렇지 못하면 거기까지. 


물론 연애에서는 외모라는 절대적 변수가 감당가능 확률을 결정짓는듯 하지만 


어쨌거나, 알고보면 별거 없는 나이지만 내가 일궈온 삶에 대해서 충분히 자부심을 갖고 있나보다. 


나쁘지 않아. 좋지는 않지만 충분히 채워가나고 있고, 잘해내고 있어.. 


내가 못하는게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칭찬이다. 

그러나 이젠 이 한번 뿐인 내 몸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내 몸을 매개로 이뤄낸 모든 것들을 칭찬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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