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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Apr 21. 2024

마흔-232 세상은 안전해.

강의하다 생긴 일

한국정보공학기술사회 사회공헌위에서는 월 1회 복지관에서 강의 및 멘토링 봉사활동을 한다. 

그덕에 공로상도 받아보고, 기술사로서 뭔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작은 뿌듯함도 있다. 


예전에 한국국제협력단에서 봉사활동을 갔을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각각의 목적을 듣고, 그들의 행태를 보고 적잖이 순수한 의도에 금이 가기도 했었다. 


어쩌면 그곳에서는 주활동이다 보니 더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치면 더더욱 순도가 높아야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제각각이고 순수한 목적성을 가진 어느 곳이든 그 순수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라는 건 인정해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존재가 있어야 굴러가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고.


자발적으로 그때그때 가능하신 기술사님들이 나와 멘토링을 해주고, 여력이 더 되면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인원이 많고, 참여자가 없으면 좋은 마음으로 늘 자원해주시는 분들도 몇분 계셔서 나쁘지 않다. 


복지관의 학생들은 대체로 참여하는 기술사님들의 인원수와 비슷한데,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정말 참 좋은 기회라는 생각을 한다. 


어쨌거나,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는 이야기. 

그러고보면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적은 몸이 아플때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 

내 20대의 가장 아름다웠던 날들도, 내 마음이 가장 건강했던 날들도 바로 그런 날들이었으니까. 

그때는 매달 2회 정도 주말 내내 활동을 했었다. 


세상이 안전하다는 믿음 

내가 어딘가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 


어제 강의를 하다가 갑자기 블랙아웃이 왔다. 

1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이었고, 순간 당황해서 강의용으로 준비한 단순한 순서도를 그리지 못했다. 


이게 바로 요즘 있는 바로 현상이다. 

일을 하다가도 늘 쓰던 시스템의 체계가 사라지고 머릿속이 붕 뜬다. 


갑자기?

능청맞게 '아이구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네요.'하고는 일단 코드를 설명했다. 


예전의 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것 참 


실습을 하는 동안 저쪽에 계시던 기술사님이 종이를 한장 가지고 오셨다. 

'아 이거 필요없으실거 같긴하지만..." 하고 순서도를 내미셨다. 


너무 감동이었다. 사실 강의하기 전에 이런 나의 증상이 염려되어 기술사님들께 '제가 강의하다 버벅이면 도와주세요.'라고 말을 해두었다. 다들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하셨겠지만 내 상태를 아니까. 


그러니까 뭐가 이상하다고 정확하게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길이 인지가 되지 않는다거나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령 그런거다. 


집 앞에서 현관문 비번을 누르려는데, 갑자기 비번이 생각나지 않아서 잠시 동안 멈추버리는 상태 


그게 좀더 자주 일어난다. 


우선은 다음주에 건강검진에서 뇌CT를 찍어보려고 한다. 

그러고보니 2014년 말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경치매 위험이 높다고 나온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났다. 


염려할 정도일진 모르겠다. 기분 탓일 수도 있고. 

나이가 들면 다들 발생한다는 그런 일일수도 있고. 


다만 확실한건 어쨌거나 세상은 대체로 안전하다는 거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걸 나이 마흔이 다 되어가도록 모르고 살았다는게 

늘 무섭고 불안하고 외로웠다는게

그런데도 꿋꿋하게 잘 살아온 내 자신이 대견스럽다는 이야기. 


종종 과거의 내가 떠오르면 응원을 보낸다. 

'언니가 응원한다. 넌 진짜 대단해. 조금만 더 힘내보자. 마흔 쯤 되면 그래도 그런대로 삶이 편안해지니까.'


고마워 버텨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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