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이 가보고 싶더라

- 민족의 영산, 한강의 발원지가 있는 산

by 안녕나무

# 올해가 가기 전에 태백산을 가자.


치악산과 소백산 사이에 동쪽으로 치우친 위치에 태백산이 위치 해 있다. 태백산은 수천 년간 제천의식을 지내던 천제단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가 있는 산이다. 장군봉(1,567m)을 거처 천제단에 올라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다. 컵라면 하나 싸가지고 아들을 태워 아침 일찍 운전해서 태백산 유일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가방을 싸 놓고도 잘 싼 건지 빠진 건 없는지 계속 찜찜했는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다. 등산복, 등산화, 날씨에 맞는 장비(아이젠), 물, 간식 조금 정도면 충분하다. 배낭도 예전보다 홀쭉해졌다. 정상에서 먹을 컵라면과 보온병은 우리의 필수품이 되었다.


# 유일사 탐방센터 주차장 도착

주차장에서 탐방안내소를 들려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에 태백산 도장을 받아간다. 태백산 천제단의 모습이 도장에 새겨져 있다. 20분 정도 아스팔트 오르막길을 작은 마당이 있는 집 규모 저도 되는 태백사가 나타난다. 안내판에 나온 유일사인가 잠시 헷갈렸지만 유일사는 40분 정도 더 올라가야 나온다.


누적거리 : 0km

유일사까지 2.6km

천제단까지 : 4.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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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구간을 선택한 과보로 계속 오르막 길이다. 그것도 아스팔트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 태백산 유일사 탐방센터 ~ 유일사

누적거리 :1.2 0km

유일사까지 1.4km

천제단까지 : 3.1km


중간 쉼터에서 한번 쉬고 올라왔다. 벤치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쉬고 있으면 멀찍이 떨어져서 간식 먹다가 자리를 비우고 먼저 출발하면 잠시 앉아 쉬었다. 아이가 방석 없이 앉아 있더니 가렵다고 하기 시작한다. 찬바람 알레르기가 냉기를 타고 시작되었나 보다. 내려갈까, 물었더니 가보겠다고 한다. 핫팩을 모두 뜯어 허벅지와 엉덩이에 붙여준다. 얼굴 쪽으로 두드러기가 올라오지 않는지 살펴본다. 라면을 위해 가져온 따뜻한 물을 먹이며 체온이 올라가게 해 본다. 무엇보다 계속 움직여야겠지. 힘을 내보자,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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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하산 길에 유일사에 들려 불공 좀 들이자 했는데 (법당 들려 삼배) 유일사까지 가려면 내리막을 한참 가야 야해서 들리진 못했다.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등산하며 아들과 이야기하는 재미가 쏠쏠한데 헉헉대며 오르느라 이야기 나눈 기억이 별로 없다.


#유일사 ~ 장군봉

누적거리 :2.6km

유일사까지 0km

천제단까지 :1.7km


다시 오르막이다. 힘들다. 눈 길은 처음이다. 아이젠을 조금 일찍 끼고 올라왔더니 초입에서 맨바닥을 걸을 때 발바닥에 아이젠 찡들이 느껴져 불편했다. 눈길에선 아이젠을 신어 미끄러지지 않는 건 좋았는데 눈길이라 다리가 계속 긴장되었나 보다. 체력 소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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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사 ~ 장군봉

누적거리 :3.3km

천제단까지 :0.7km


장군봉 주목군락지를 지난다. 수령이 수백 년 된 나무들이라고 한다. 제일 좋아하는 능선길인데 해가 지고 있어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도 앞 뒤로 백두대간 줄기를 보니 눈과 머리가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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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누적거리 : 3.7km

천제단까지 : 0.3km


천제단 보다 장군봉의 높이가 더 높다. 지친 마음에 장군봉까지만 갔다 내려가자고 얘기 나눴는데 코 앞이 천제단이다. 어서 가자. 게다가 평지 길이다. 안 갈 수가 없다. 봄에 오면 정말 예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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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 천제단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산 정상부의 날씨를 보여주는 코너가 있다. 태백산의 정상 날씨도 볼 수 있는데 cctv가 설치된 게 보인다. 남편에게 정상부 화면을 보라고 하고 cctv근처에서 한참을 아이와 맴돌며 포즈를 취해본다. 준비해온 라면을 먹는데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라면이 익을 새 없이 식어버려서 라면이 찔깃 찔깃한 채 입으로 들어온다. 국물도 버릴 곳이 없으니 미지근해진 라면 국물까지 얼른 먹고 하산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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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하산길은 언제나 초고속으로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우리의 하산길은 늘 화장실 이슈와 함께 하게 되네. 아들아, 유일사까지 뛰어가 보자. 유일사 앞에 있던 건물을 화장실로 봤는데 다시 보니 "CCTV"가 있다는 경고문이 쓰여 있다. 근처에 볼일을 보지 말라고 되어 있다. 화장실로 봤던 건물은 유일사까지 짐을 실어 나르는 케이블 카(?)의 장치들이 들어있는 곳이었다. 할 수 없다. 주차장까지 뛰자! 주차장까지 한 걸음에 뛰어내려와 다시 문명의 세상으로 돌아온다. 이번 산행은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적었네. 아쉽다.


태백산은 새벽에 렌턴 키고 올라가 천제단에서 일출을 보면 좋을 산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연말연초에 등산을 금지한다는 플래카드를 보니 연 초에 이곳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이 많나 보다. 백두대간이 양쪽으로 펼쳐진 봉우리에서 우리 언제 일출을 보러 다시 오르자꾸나. 그때는 체력 안배도 잘하고 화장실 안배도 잘하자꾸나. 아들 조금 더 커서, 새벽바람을 가르고 오를 수 있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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