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인다고 보는 어른이 있을 뿐
가위바위보를 하고 놀자고 작은 아이가 다가온다. 작은 주먹을 흔들며 "가위바위보"를 외친다. 손을 뻗어 낼 때마다 진지하게 눈이 커지는 모습과 혀 짧은 소리가 귀엽다. 아이가 몇 번을 연속해서 이긴다.
"어, 내가 계속 이기네"
계속 지던 나도 이긴다.
"엄마가 이겼네"
다시 아이가 이기기 시작하는데 손을 내는 타이밍이 조금씩 늦다. 내가 내는 걸 보고 낸다고 생각되어
"엄마보다 늦게 내는데?" 하고는 나도 그렇게 했다. 아이 내는 거 확인하고 내가 내서 이겼다. 몇 번을 아이처럼 한 박자 늦게 내며 아이 내는 손 모양 보고 내 껄 내서 이기는데도 아이가 동요가 없다. 엄마가 왜 늦게 내서 자기 이기는 걸 내느냐고 화내지도 않는다. 무심한 꼬맹이의 게임하는 표정을 보며 알았다.
가위바위보 내는 게임 하다 빨라진 건 나고, 아이가 나 내는 걸 보고 자기 꺼 내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나였구나.
내 생각과 내 눈에 보이는 걸 의심 없이 믿고 가위바위보 게임은 동시에 손을 내야 하는 거라고 아이를 가르치려 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아이에게 게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상대에게 화를 내도 된다는 것과 한 박자 늦게 내면서 상대가 내는 것을 보고 내 것을 조절해 내어 이기는 방법까지 정교하게 가르쳤겠구나 싶다.
아이 따라 한다고 늦게 내며 이겨가다 무심한 아이 표정을 보며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속이는 아이는 없다.
거짓말하는 아이도 없다.